멕시코서 미국행 이민자 실은 화물차 전도되며 50여명 사망 참사
지난달 영불해협에선 고무보트 침몰로 임신부·어린이 등 27명 숨져
지중해 난민위기도 계속…교황 "5년 전과 달라진 것 없어" 개탄
멕시코 이민자 수송 트럭 전복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9일 멕시코 남동부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중남미 이민자 100여명을 짐짝처럼 싣고 가던 화물차가 넘어져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에 밀려 이주민과 난민을 둘러싼 관심이 급속도로 식긴 했으나, 이번 비극은 세계 곳곳에서 난민들의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인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9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에서 일어난 이주민 이송 트럭 전복 사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본국에서의 박해와 전쟁을 피하기 위해, 혹은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삶을 찾아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여정 도중 육지나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는 실제로 최근에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달 24일에는 프랑스 북부 해안가에서 영국으로 향하던 작은 고무보트가 영불해협에서 침몰하면서 난민 27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014년 이후 영불해협에서 일어난 단일 사고로는 최악의 인명피해로 기록된 당시 사고로 임신부와 유아들도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으나, 프랑스와 영국 당국은 구조 미흡 등 책임 소재를 놓고 '네탓 공방'을 주고 받았다.
프랑스 해변에서 고무보트에 타는 이주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프리카와 중동을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몰리는 전통적인 루트인 지중해에서도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 들어 리비아와 튀니지, 터키 등지에서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들어온 난민은 6만명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은 약 1천200명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세네갈, 모리타니, 모로코 등 서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의 스페인령 카나리제도로 향하는 난민들도 늘어나면서 대서양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서아프리카에서 카나리 제도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올해만 9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중해와 대서양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이주민들의 사망 사고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실정이다.
IOM 이탈리아 지부의 플라비오 디 자코모 대변인은 지난 달 24일 AP통신에 "지난주에만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중 발생한 2건의 사고로 8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히며, 이런 비극들은 그러나 유럽에서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 자코모 대변인은 또한 "서아프리카에서 카나리제도로 향하는 여정은 매우 길고 위험해, 실제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는 (통계의) 두 배일 수도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난민 꼬마 알란 쿠르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난민 사태가 정점이던 2015년 9월 터키 남서부 보드룸의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3살 꼬마 알란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이 처한 비극을 생생히 고발하며 난민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에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주민들에 문호를 대폭 개방한 유럽 각국은 이후 증가하는 난민으로 국민 불만이 가중돼 정치적 역풍을 맞자 국경 단속과 난민 자격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고, 이와 함께 난민에 대한 대중의 온정적인 관심도 전반적으로 식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에서는 난민을 차단하기 위한 물리적 장벽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 기착국 중 한 곳인 그리스는 탈레반 수중에 들어간 아프가니스탄발 이주민·난민 유입을 막고자 지난 8월 터키와의 국경에 40㎞ 길이의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의 난민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 벨라루스가 중동에서 이주민과 난민을 데려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으로 몰아내는 '난민 밀어내기 공격'을 시도하다 폴란드 군경과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이 지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폴란드 등도 국경 지역에 장벽 설치를 추진하면서 EU에 설치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2013년 즉위한 이래 기회 있을 때마다 이주민 이슈를 언급하며 포용과 공존을 촉구해온 교황은 지난주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이런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온 난민 2천명이 생활하고 있는 레스보스 섬을 5년 만에 다시 찾은 교황은 "일부 유럽의 지도자들이 벽을 세우고 이주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설치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괴로웠다.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 5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며 이주민 문제에 대한 책임 전가를 멈출 것을 각국 지도자들에게 촉구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
한편, 한해 100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유럽연합(EU) 국경을 넘어 몰려든 2015년 난민 위기 때에는 못 미치지만 유럽행 난민 수는 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가하고 있다.
EU 통계를 보면 올 들어 지난 달까지 EU 국가로는 이주민과 난민 16만여명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70%,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45%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 9월까지인 2021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국경지대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가 1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이후 매 회계연도 평균 54만명에 비해 3배 넘는 수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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