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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초유의 수능 정답 유예 사태

서울대 의대 교수 “수능 생명과학Ⅱ 오류 명백…평가원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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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겸 의대 학과장, 출제오류 지적

“문항에 틀린 글자만 있어도 문제 되는데…열심히 푼 학생만 손해”

이데일리

이규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수능 성적표는 10일 수험생들에게 교부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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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법원이 정답 결정을 유보하라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평가원의 잘못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겸 의과대학 교수는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항은 100% 오류가 맞다”며 “문항에 틀린 글자만 있어도 문제가 되는데, 평가원이 잘못 낸 문항이 맞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항은 동물 종 P의 두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선택지 3개의 진위를 가려내는 문제다. 교사와 수험생,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문항은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오는 오류가 발생한다. 개체 수가 0보다 작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문항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이의신청이 이어졌다.

반면 평가원은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는 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항에서 제시한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성취 수준은 평가할 수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제시문에 큰 오류가 있음이 명확하다”며 “평가원은 개체 수를 굳이 계산하지 않고도 문제를 풀 수 있으니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상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상한 수치를 주고 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학생들은 문제가 오류인 것을 모르고 계속 계산하다가 자신이 틀렸겠거니 생각하지 않았겠나”라며 “문제를 반복해서 다시 풀어보다 시험 시간을 다 써버린 학생들이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문항에 출제 오류가 있는지를 다투는 소송에 참여한 양명고 신동욱(18) 학생은 “문제를 계속 계산하는 데 10분이 넘는 상당한 시간을 그 문제에만 썼다”며 “평가원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두터웠는데, 문제 오류로 평가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대응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원의 표현은 오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며 “정답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불신만 심어주게 되고, 이는 수능 성적을 재산정하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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