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년만의 대면 콘서트를 개최한 그룹 BTS가 2일(현지시간) 공연을 끝으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일정을 마무리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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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LA의 소파이(SoFi) 스타디움에서 나흘 동안 진행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콘서트는 지난 18년 동안 모든 미국 내 공연들 중 단일 공연장 기준 최대 매출, 30년이 넘는 빌보드의 박스스코어(Boxscore) 역사상 2위에 올랐다고 한다. 추수감사절에 미국인들은 가족들을 만나러 이동하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나 팝스타들의 공연도 열리기 힘들다고 하는데, 명절 연휴에 미국 최대 규모의 스타디움에서 나흘 공연이 전석 매진된 것은 방탄소년단에 대한 놀라운 열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숫자나 기록보다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 즉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공연 첫째 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파이 스타디움의 스태프들은 아직 준비가 미흡해서 관객들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다. 관객들은 엉뚱한 곳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고, 혼란은 공연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아미들은 오히려 스태프들을 가르치고 상황 정리를 도왔다.
공연 후 주차장에서도 놀라운 일이 있었다. 시내에서 꽤 먼 공연장의 주차장은 팬들이 타고 온 자동차로 가득했고, 여러 구역에 주차되어 있던 수많은 자동차들이 오직 두 차선을 통해서만 빠져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운전자들을 안내해 줄 주차요원도 교통경찰도 없어서 차들은 뒤엉킨 채 아무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30분 이상 줄을 선 채 기다리던 한국 아미들이 상황을 파악하러 나왔다가 교통정리를 시작했고, 응원봉인 아미밤은 안전지시봉이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과 프리랜서라고 밝힌 이 아미들의 교통정리와 모두의 협조로 주차장의 교통난은 해결되었다.
공연장과 주차장에 이어, 아미들은 공연장 주변을 청소해서 하루에 5만 명 이상이 참석한 공연장에 쓰레기도 남지 않았다. 마스크 미착용자가 많은 다른 미국 공연들과 달리, 아미들은 거의 전원이 공연 내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분실물을 보관해주지 않는 소파이 스타디움 대신 아미들이 온라인으로 직접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다. 아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나흘 동안의 공연을 무사고로 마무리한 원동력이었다. 주차장에서 빛나던 아미밤은 팬덤이 가수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팬들의 실천으로 형성되는 팬들 사이의 관계 안에서도 정의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그저 같은 장소에 모여 있는 수만 명의 군중이 아니라, 아미라는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성별, 피부색, 연령, 지역, 직업을 가진 이들은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와 가치에 공감하며 자신들도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이를 세상에 구현하려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는 글로벌 공동체 아미의 일원이 되었다. 그래서 그날의 공연은 그저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만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미들의 무대는 방탄소년단의 무대가 시작하기 전부터 주차장이 빌 때까지 이어졌고, 이는 아미들과 그곳에 모인 모두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시간과 공간이었다. 이 아미들의 무대야말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통해 그들의 삶과 이 사회에 남긴 찬란하게 빛나는 기록이 아니었을까.
이지영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BTS예술혁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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