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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치하 소녀들, 중등 진학 못한다…"사형선고 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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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어린이들이 물을 실어 나르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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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아의 중등학교 진학이 금지된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8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탈레반 교육위원회 위원장 압둘 하킴 헤맛 교육 차관 대행이 BBC 인터뷰에서 "중등학교에 다니고 싶은 소녀들은 2022년 초 새로운 교육 정책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학교가 폐쇄됐다는 여학생 라일라(16)는 "집안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며 "한 곳에 얼어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학교가 폐쇄된 북동부 바다크샨 지방에 사는 여학생 미나(15)도 "공부를 못 한다는 것은 사형선고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라일라와 미나는 모두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중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슬픔과 실망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일부 북부 지역의 여학교는 탈레반 현지 관리들과의 협상 끝에 다시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발크 지방의 도시 마자리샤리프의 경우도 학교가 다시 문을 열어 여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학생은 "무장한 탈레반 전사들이 거리에서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머리카락과 입이 보이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삼엄한 분위기 탓에 학급 친구들의 3분의 1은 학교에 오는 것을 그만뒀다고 한다.

어렵사리 학교를 다시 열었다가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 북부의 또 다른 세 개 주 교장들은 "학교를 다시 열었지만, 하루 뒤 지역 관리들에게 설명 없이 '폐쇄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하자 노벨평화상을 받은 여성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파키스탄)는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이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CNN에 따르면 유사프자이는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아프간은 현재 여학생들이 중등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유일한 국가"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아프간에서의 여성 교육권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다분히 국제 사회의 인정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있는 한편, 탈레반이 정말 여성 인권 문제에 있어 이전 집권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언급됐다. 실제 지난 3일 탈레반은 "성인 여성이 결혼하려면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누구도 결혼을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의 특별 포고령을 발포했다. 이는 최근 아프간의 9세 소녀가 55세 남성에게 팔려가는 일이 보도되면서 아프간 내 매매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하자 나온 조치로 해석됐다.

그런 가운데 탈레반 고위 관계자가 처음으로 아프간 여아가 중등교육에서 배제된 상태라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향후 국제 사회의 반응이 주목된다. 탈레반은 지난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양자 회담을 열고 해외에서 동결된 금융 자산과 아프간 제재 해제를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미국은 양측의 지난 10월 양자 회담 당시에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여성 인권 존중을 요구한 바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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