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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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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친 걸작? 미쳤다는 사실은 분명···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티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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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프랑스 영화 <티탄>(감독 쥘리아 뒤쿠르노)의 수입사는 영화를 먼저 본 몇몇 영화인들의 코멘트를 공개했다. 그중에서 배우 강동원의 표현이 간결하면서 인상적이다.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티탄>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알렉시아(아가트 루셀)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아 머리에 티타늄 보조기구를 심은 채 성장한다. 성인이 된 알렉시아는 자동차 위에서 춤을 추는 댄서로 살아간다. 어느날 알렉시아는 추근대는 손님을 비녀 모양의 머리카락 정리용 금속 막대로 찔러 죽인다. 그날 알렉시아는 기계음에 끌려 차고에 나갔다가 자동차와 성적 접촉을 하고 임신한다. 알렉시아는 이후 몇 건의 살인사건을 더 저지르고 경찰에 쫓긴다. 알렉시아는 10년 전 실종된 남자 아이를 찾는다는 광고를 본다. 알렉시아는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임신중인 배와 가슴을 붕대로 동여매고 남자 행세를 한다. 아이의 아버지 뱅상(뱅상 랭동)은 아무 의심 없이 알렉시아를 아들로 인정하고 애정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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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탄>의 한 장면. 알렉시아는 자동차 위에서 춤을 추는 댄서다. |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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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탄>의 한 장면. 알렉시아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큰 수술을 받는다. |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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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탄>의 한 장면 |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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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은 지난 7월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여성 감독 영화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1993년 <피아노>로 <패왕별희>(감독 첸카이거)와 공동수상한 제인 캠피언 이후 28년만이었다. 여성 감독 단독 수상은 처음이었다. 뒤쿠르노는 “괴물이 들어오도록 허락해준 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뒤쿠르노의 말대로 알렉시아는 ‘괴물’이다. 알렉시아는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오간다. 스스로 세면대에 얼굴을 박아 코뼈를 부순 뒤 남성이 된다. 알렉시아는 자궁 안에서 기계를 길러내기도 한다. 가슴에서 검은 기름이 흘러 나오는 등 신체는 곧 태어날 인간-자동차 아기를 양육하는데 적합하게 바뀐다.

알렉시아의 연쇄 살인도 기묘하다. 첫번째 묘사된 살인은 성추행 남성을 향해 저지른 것이라 하더라도, 이후의 살인은 이유를 찾기 어렵다. 자신과 키스하던 여성을 갑자기 죽이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타난 그의 친구들도 죽인다. 존속 살해도 암시된다. 살해 방법은 하나 같이 자극적이다. 춤을 춘 뒤 샤워하다 동료 댄서의 피어싱에 머리카락이 엉키는 장면에서부터 관객이 객석 의자를 부여잡게 만든다. 여성과 남성,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고 윤리와 법을 무시한다.

영화 속에서 ‘괴물’ 알렉시아를 보듬는 유일한 이는 뱅상이다. 중노년에 접어든 그는 중독적으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힘겹게 남성성을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는 경찰서에서 알렉시아를 보자마자 DNA 검사를 할 필요도 없다며 곧바로 데려온다. 뱅상은 알렉시아에게 “네가 누구든 상관 없어. 넌 내 아들이야”라고 말한다. 아들이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사람을 아들로 삼는다. 뱅상은 알렉시아의 코밑에 면도 크림을 발라주며 “이렇게 해야 수염이 난다”고 말한다. 원인과 결과가 도치된, 부조리한 우화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영화는 알렉시아의 출산이라는 종결부를 향해 거침 없이 달려간다. 모든 출산이 그러하듯 알렉시아도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레고리안 성가 분위기의 성스러운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기괴하지만 소중한 아기가 태어난다. 도발적이고 종잡을 수 없고 때로 관람이 고통스럽다. 한국판 포스터에는 ‘올해의 미친 걸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걸작’이란 평가는 만장일치가 어렵겠지만, ‘미쳤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물론 이에 대해 ‘영화제용 센세이셔널리즘’의 혐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9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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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탄>의 한 장면. 알렉시아는 살인 및 방화를 저지르며 다닌다. |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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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탄>의 한 장면. 중노년에 접어든 뱅상은 탄탄한 육체에 집착한다. |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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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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