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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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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지지율 5%를 넘기면 방송 토론 참가 자격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지지율이 5%에 근접했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에 허경영 후보의 말이 사실인지 팩트체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 후보의 말은 '사실'입니다. '선거기간 직전 한 달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의 평균'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명확하게 적혀 있습니다.
다만, 방송 토론 참가 자격과 관련된 규정은 구체적으로 풀어낼 내용이 많습니다. 그간의 역사도 지난합니다. 사실이다, 아니다, 판단하고 넘어가기보다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선거 치르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심층' 팩트체크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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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토론 참가 자격은?
먼저,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방송 토론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정확히는 선거운동 기간 중 방송 토론 참석 기준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의 선거운동 기간은 내년 2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입니다.
제82조의2(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
각급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후보자를 대상으로 개최한다.
1. 대통령 선거
가.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나. 직전 대통령 선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 또는 비례대표 자치구·시·군의원 선거에서 전국 유효 투표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언론기관이 선거기간 개시일 전 3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 전일까지의 사이에 실시하여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지지율이 100분의 5 이상인 후보자
즉, 국회 의석수 5석 이상이거나, 지난 대선에서 3% 이상 득표했거나,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와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받은 정당의 후보면 방송토론에 참석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 전, 한 달 동안 여론조사 평균이 5% 이상인 경우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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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후보는 바로 '여론조사 5%' 규정을 말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겁니다.
부연하자면,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방송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른바 '군소 후보 토론회'를 통해 참석할 수는 있습니다. 위 규정은 주목도가 큰 주요 후보 토론회를 의미합니다.
그러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12월 8일 오늘 기준 국회 의석수 5석 이상인 정당입니다.
이 세 정당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 방송 토론 참석이 가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참석 자격이 됩니다.
다음으로 지난 대선, 총선, 지선에서 3% 이상 득표율을 받은 정당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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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 표를 보시면 없어진 정당도 많고 이름이 바뀐 경우도 많습니다. 정계 개편이 잦다보니 그럴 겁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요? 정당법의 '합당' 규정을 준용합니다.
정당법 제19조(합당)
⑤합당으로 신설 또는 존속하는 정당은 합당 전 정당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합당을 하면 이전 정당의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즉,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시·도의원 득표율로 7.81%를 얻은 바른미래당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 민주평화당과 '합당'을 통해 '민생당'이 됐기 때문에, 위 정당법에 따라 민생당은 방송 토론 참석 기준의 '권리'를 승계받게 됩니다. 결국, 민생당이 '대선 후보를 낸다면' 전신인 바른미래당이 그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토론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당법의 합당 규정은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정당이 지원받는 경상 보조금이나 선거 보조금을 받을 때도, 승계 규정이 적용됩니다. 민생당은 원외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경상 보조금 2억 3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결국, 앞으로 정계 개편이 없다고 가정하면, 쉽게 말해 지금 기준이라면, 대선 방송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는 정당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민생당입니다. 여기에 선거 운동 직전 한 달 간 여론조사 평균이 5%를 넘는 후보가 더해집니다.
다만,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간 합당을 논의하는 등 정계 개편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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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당시 후보자 토론회
'여론조사 5%' 규정의 수난사
대선 후보 토론회 참석 자격 규정에 '여론조사 5%' 규정이 명문화된 건, 2004년 3월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 방지법' 개정안입니다. 지금의 '공직선거법'입니다.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82조의 2항에 방송 토론 참가 자격 기준을 넣었고, 별다른 잡음은 없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점인 데다, 총선 전달이라 선거구 획정 문제로 시끄러워서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5%' 규정은 개정 이후 첫 대통령 선거부터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17대 대선 넉 달을 앞두고, 한 후보가 이 규정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살피건대, 방송 토론회의 초청 자격을 제한하지 않아 토론자가 너무 많을 경우 시간상 제약 등으로 실질적인 토론과 공방이 이루어지지 않고 후보자에 대한 정책 검증이 어려운 점, 대다수의 국민이나 선거구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자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위 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대담·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 조항에 의한 위와 같은 차별에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 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이나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 헌법재판소 2009. 3. 26. 선고 2007헌마1327
'여론조사 5%' 규정은 그 다음인 18대 대선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위 헌법소원이 "여론조사 5% 문턱이 너무 높다"는 취지였다면, 18대 대선 이후 법 개정 움직임은 "5% 문턱이 너무 낮다"는 정반대의 문제 제기였습니다.
지금도 회자되는 대선 후보 토론인,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토론회 여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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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방송 토론회
당시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이 1% 정도인데, 후보의 공간이 과도하게 넓다"며 운을 띄었고, 실제 대선 직전에 선거법 개정안 두 건을 발의했습니다. 당시 황영철 의원은 "선거기간 개시 전 30일 평균 여론조사 지지율이 15% 이상"으로, 당시 윤상현 의원은 "선거기간 개시 전 60일 평균 여론조사 지지율 15% 이상"으로 자격 조건을 높이는 안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정희 방지법'이라는 레떼르를 붙이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검토 보고서에서 이 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위 개정안들에 대하여는 소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군소 정당의 대담·토론회 참석을 제한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고, 여론조사 지지율 15%를 기준으로 대담·토론회 참석을 제한하는 것은 미국과 달리 양당제가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음.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관련 청원 검토보고서>, 2013. 2.
당시 새누리당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의미 있는 논의를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론조사 5%' 규정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회의 균등 vs 민주주의의 문지기
위 논란은 방송 토론 진입과 관련된 세세한 자격 요건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전형적인 두 정치적 가치의 충돌이 함축돼 있습니다.
'균등한 정치 참여의 기회', 그리고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 기능'입니다.
민주주의 공동체의 선거는 모두에게 길을 열어둬야 합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보는 방송 토론이 늘 '올드보이'로 채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신한 얼굴을 보기 어렵습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건 민주주의의 상식일 텐데 말입니다. 자연히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 자격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주로 작은 정당들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됩니다.
반면, 동시에 선거 토론은 자격 없는 후보들의 진입을 막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정치 경험 없는 선동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극단주의자를 막는 것 역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의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우리 시대 민주주의의 위기가 문지기(gatekeeper) 기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기도 합니다. '여론조사 5%'는 문지기의 역할을, 숫자를 통해 법적으로 명시한 기준에 가깝습니다.
'여론조사 5%' 기준이 합당한 수치인가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004년 법 개정 이후, 사법 기관은 "5%가 높은 수준은 아니"라며 진입 제약 조건을 유지하라고 했고, 입법기관은 "5%가 낮은 수준은 아니"라며 정치 진입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언론 역시 다양한 관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의 문제도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놓여 있으며, 또 여전히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역시, 선거는 민주주의의 모든 것입니다. 이런 세세한 규정조차도 민주주의 담론에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청자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은 이번 대선 기간 계속 선거 팩트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분들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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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권민선, 송해연)
<참고 자료>
허경영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nhky)
공직선거법 제82조의 2, 정당법 제19조
선거관리위원회 <제19대 대통령선거 총람>
선거관리위원회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총람>
선거관리위원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총람>
헌법재판소 2009. 3. 26. 선고 2007헌마1327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관련 청원 검토보고서>, 2013. 2.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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