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살해 무기징역까지
내년 3월 최종 의결 예정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영란 위원장과 신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형위원회 제113차 전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아동학대치사 범죄의 양형기준 상한이 최대 징역 22년 6개월까지 상향되는 등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무리한 합의 시도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경우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에 해당돼 피해자가 있는 대부분 범죄에서 일반가중인자 겸 집행유예 일반부정사유로 작용하게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전날 오후 대법원 회의실에서 열린 제113차 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심의 내지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과 ▲벌금형 양형기준 설정 원칙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또 합의 관련 양형요소 정비에 따른 수정 양형기준이 의결됐다.
먼저 양형위는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한 심의를 통해 아동학대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를 대폭 상향했다. '정인이 사건' 등 영향으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양형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의 양형기준 중 가중 영역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상향해 징역 1~2년이었던 권고 형량범위를 징역 1년 2개월~3년 6개월로 높였다.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정도로 죄질이 나쁜 경우 권고 형량범위는 법정형의 상한인 징역 5년까지 권고하게 된다고 양형위는 밝혔다.
다만 양형위는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 피의자의 행위 유형과 피해 아동의 성장 환경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본 양형 영역(징역 6개월∼1년 6개월)과 감경 영역(징역 2개월∼1년)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양형기준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중 성적 학대, 아동매매의 경우 징역형 권고 범위를 신설하기로 했다. 성적 학대의 경우 가중시 징역 2~5년, 아동매매의 경우 가중시 징역 2년 6개월~6년까지 권고 형량범위를 설정했다.
또 양형위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의 권고 형량범위를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현행 4~7년인 기본 양형 범위는 4~8년으로 상한만 1년 늘어났지만, 가중 영역은 현재 6~10년에서 7~15년으로 상한과 하한이 모두 상향됐다.
양형위는 "아동을 학대해 사망의 결과에 이르렀을 때 살인 고의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아동학대살해로 기소되지 못하더라도 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여느 결과적 가중범보다 무겁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가중 영역의 상한이 크게 높아지면서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특별조정을 통해 권고 형량범위 상한이 징역 22년 6개월까지 상향된다고 양형위는 밝혔다.
양형위는 처벌조항이 신설된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의 양형기준도 새로 설정했다.
아동학대살해의 권고 형량범위는 기본 범위는 징역 17∼22년, 감경 영역은 징역 12∼18년, 가중 영역은 징역 2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 이상으로 설정됐다.
양형위는 이번에 심의한 수정안을 다음달 확정해 공개한 뒤 국가기관, 시민단체 등 관계기관에 대한 의견조회를 거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행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공청회를 거쳐 다음해 3월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형위는 벌금형의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기본 원칙도 심의했다.
먼저 양형위는 모든 범죄에 일률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을 감안해 범죄군별로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징역형과 벌금형 등 형종 선택에 있어서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대신 개개 범죄군별로 범죄의 특성, 법정형, 양형 실무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형종 선택의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벌금형의 권고 형량범위의 경우 종전 양형 실무에 대한 통계 분석을 기초로 영역별로 정하되, 보다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범죄, 법정형이 상향된 범죄 등에서는 적절한 규범적 조정을 더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벌금형의 집행유예 기준에 대해서는 추후 양형 실무의 축적 경위와 내용, 빈도 등을 면밀히 관찰해 그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이 고려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달리 벌금 납부능력 부족으로 인한 노역장 유치를 방지하기 위한 벌금형의 집행유예는 전체 벌금형의 1%에 그칠 정도로 활용 자체가 미미함을 고려한 결정이다.
전날 회의에서는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 등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고려되는 요소들을 정의하기 위한 규정의 신설도 의결됐다. 이번에 의결된 수정 양형기준은 다음해 3월 1일 이후 기소되는 범죄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또 무리한 합의 시도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경우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양형기준을 정비했다.
양형위는 현재 일부 범죄에만 일반가중사유나 집행유예 일반부정사유로 들어가 있는 이 같은 요소를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로 명칭을 통일하고,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거절에 대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하거나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일으킨 경우'로 정의했다. 다만 별도로 강요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해당 가중인자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음 양형위원회 회의는 다음달 24일 열릴 예정이다. 다음 회의에서 양형위는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과 벌금형 양형기준 원칙을 심의한 뒤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