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에 집단소송 "혐오·폭력 선동 알고리즘 탓 수십만명 삶 파괴"
2017년 집단학살 피해 피난길 오른 로힝야족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 난민들이 페이스북에 집단학살 방조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AFP, 블룸버그 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집단소송 소장이 6일(현지시간) 접수됐다.
원고가 요구한 손해배상액은 1천500억 달러(약 177조원)에 달했다.
가디언은 이번 집단소송은 미국에 있는 로힝야족 1만명 정도를 대표해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로힝야족은 소장에서 "페이스북이 동남아시아 작은 나라(미얀마)에서 시장침투와 로힝야족 생명을 맞바꾸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혐오발언을 널리 퍼뜨리는 알고리즘을 가동하고 악성 게시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과실로 들었다.
페이스북이 허위정보와 극단주의 신념을 확산시켜 폭력을 자극한 까닭에 2017년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학살이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은 '성장'이라는 하나의 임무를 위해 설계된 로봇 같았다"며 "증오, 분열, 허위정보를 동력으로 한 성장 때문에 로힝야족 수십만명의 삶이 파괴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로힝야족 난민들 |
로힝야는 불교 신자들이 인구의 90%에 육박하는 미얀마에 사는 무슬림 소수민족으로 광범위한 탄압을 받아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 집단학살 때 로힝야족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당시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은 뒤 방글라데시 남동부에 있는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서 사는 로힝야족은 100만명 정도에 달한다.
유엔은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인종청소'로 규정했다.
감비아는 이슬람 협력기구(OIC)를 대표해 미얀마 정부를 제노사이드(인간집단 말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 전에도 페이스북은 미얀마에서 혐오와 폭력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시민사회, 인권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아왔다.
결국 페이스북은 로힝야족을 겨냥한 폭력 선동과 혐오 발언을 방지하는 데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2018년 시인했다.
페이스북의 의뢰로 발간된 독립적 조사 보고서에는 "페이스북이 혐오를 퍼뜨리고 위해를 가하려는 이들의 도구가 됐고 페이스북 게시물은 오프라인 폭력과 연계됐다"는 결론이 담겼다.
가디언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로힝야족 20명 정도가 모여 같은 이유로 페이스북을 상대로 손배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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