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승을 못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다. 하루 하루 해야 할 것을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갔다.” |
KLPGA투어 12년차, 통산 9승의 이정민(29·한화큐셀)은 올해 5년 7개월 만에 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승이나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고 했다. 이정민에겐 자신이 하고 싶은 스윙, 느낌과 터치감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한 것에 스트레스가 더 컸다. 당장의 성적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그를 더 괴롭혔다.
이정민은 오랜만에 맛보는 우승으로 수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한다. 우승을 한 직후 바로 다음 대회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 이정민은 3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받은 축하 메세지에 답장을 보냈다.
겨우 숙소에 도착해서도 샤워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답장을 보내고, 또 보내도 끝이 나지 않았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답을 달다가 결국 그날 늦게야 잠을 청했다. 이정민은 그 다음날에도 계속 답을 했어야 했다며 웃었다.
프로골퍼의 삶은 경쟁 그 자체다. 그런데 이정민은 공 잘치는 선수가 아니라 사람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굳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동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골프에 대해 욕심이 누구보다 많다. 자신이 생각한 느낌과 결과가 일치하는 샷을 하고, 상상했던 것을 얻는 성취감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이정민은 솔직히 즐기면서 친다는 말에 전혀 공감이 안된다고 말했다. 경기때 매 순간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바쁘고, 즐길 시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정민이 추구하는 골프는 쉬지않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누구나 당연히 실패를 피할 수 없고 안되는 시간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이정민은 뭔가 안되는 걸 계속 붙잡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안되면 이유를 찾고, 분석해서 끊임없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계속 시도하면서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정민의 멘털이다.
이정민은 우승을 목표로 하거나 올해는 몇 승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 본인은 멀티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을 하고, 해야 하는 것에만 몰입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이 코스는 왼쪽을 조심하고 쳐야겠다든지, 이번 시합에서 스윙할 때 어떤 리듬을 가지고 쳐야겠다와 같은 단기적 전략에 집중한다. 그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매일 매일 과제를 해내는 것이다. 그렇게 이정민은 자신 만의 견고한 토대 위에 커리어를 쌓아 왔다. 한편, 멘탈이 정말 골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아무리 멘탈이 좋아도 기술이 형편없으면 스코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이정만은 단호하게 말했다. 기술이 뒷받침되면 공이 안정적으로 가고, 자신감이 올라온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는 못 썼던 기술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걸 조금씩 해내기 시작하면서 상승 효과가 일어난다.
그게 이정민의 강점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알고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이정민은 해외 진출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15년, 시즌 3승할 때도 권유는 많이 받았지만 고려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한번 가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는데 쿨하게 괜찮다고 했다. 스스로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우승이 아니라 매일의 목표를 세우는 이정민.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너머 우승을 한 그 모습 속에는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고집이 세서 그렇다고, 나쁜 점이라고 본인은 말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굳은 심지와 단단한 뚝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흔들리지 말고 자기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바란다.
〈KLPGA 프로·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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