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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김종국 감독 선임과 2인자 리더십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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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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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종국 신임 감독.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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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명가의 선택은 김종국(48)이었다. KIA 사령탑 자리는 누구나 탐낸다. 11번의 우승, 두터운 팬심, 모 기업의 든든한 지원. 2021년 9위에 그쳤으니 가을 야구만 가면 된다는 산술적 계산도 깔려 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 사임 이후 한 달여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후보들의 면면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가장 자주 접한 이름은 이종범(51) LG 2군 코치와 김종국 KIA 수석코치였다.

미리 거론된 인물은 결국엔 안 된다는 속설까지 있어 혼란스러웠다. 김종국으로 낙점됐다. 그와 이종범은 광주일고 선후배다. 이종범이 3년 선배니 학교를 함께 다니진 않았다. 초등학교(광주 서림)도 같다.

포지션 역시 똑같은 유격수였다. 광주일고 시절 김종국은 ‘기막힌 수비’로 꽤 알려졌다. 그러나 그에겐 이종범이라는 높은 산이 있었다. 아무리 잘해도 ‘제2의’ 이종범이었다. ‘제2의’는 신기하게도 해마다 재생산됐다.

2022년 KIA 1차 지명 김도영(18·광주 동성고)의 별명도 ‘제2의’ 이종범이다. ‘제2의’ 김종국은 없다. 심지어 그 자신도 늘 김종국 앞에 ‘제2의’가 따라붙었다. 그나마 1996년 1차 지명으로 해태(KIA)에 입단할 때까지였다.

김종국은 계약금 2억 3000만원을 받았다. 선동열(1억 5000만원·1985년) 이종범(7000만원·1993년)보다 월등 많았다. 그러나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은 산에 살 수는 없었다. 해태 유격수는 이종범이었다.

김종국은 2루로 자리를 옮겼다. 김종국이라는 산은 이종범보다 낮았다. 2루수와 유격수는 전혀 다른 자리다. 쉽게 옮기는 선수도 있지만 아예 안 되는 선수도 있다. 김종국 역시 한 동안 낯을 가렸다.

첫 해 2루에서 17개의 실책을 범했다. 타율은 0.215에 그쳤다. 이종범은 그 해 타격 2위(0.332) 홈런 3위(25개) 안타 2위(149개) 타점 3위(76개)로 펄펄 날았다. ‘제1’과 ‘제2’는 너무 차이 났다. 김종국 앞에는 어느새 ‘제2의’라는 수식어조차 사라졌다.

솔직히 과거 같으면 무조건 이종범이었다. 그러나 이젠 트렌드가 바뀌었다. 유명선수라는 화려한 과거는 감독 조건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래도 이종범인데. 한 달 후 결과는 김종국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 둘의 고교 선배다. 그는 2인자라고 할 수 없다. KBO리그 통산 최다승 3위(152승) 투수다. 탈삼진은 2위(1749K). 그런데 그는 스스로를 2인자라고 부른다.

고교시절 문희수, 대학(동국대) 땐 송진우. 프로에 와선 선동열이라는 준산험령에 가려 한 번도 1인자라고 나서지 못했다. 술자리서도 ‘깔때기 주(酒)’라는 무지막지한 주법의 시범조교로 선배들을 수발했다. 페트병을 반으로 자른 다음 입에 꽂고 그 위로 술을 들이붓는 살벌한 방식이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1인자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덕분에 준비를 잘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LA 다저스의 전설 토미 라소다 감독은 선수생활 대부분을 벤치에 앉아서 보냈다.

덕분에 주전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할 때 그는 경기 관찰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었다. KIA가 2인자 김종국을 선택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는 이제 ‘제2’가 아닌 자신만의 김종국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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