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의혹을 덮으려 하자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투어가 앞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를 보류하겠다고 맞서면서다.
'펑솨이 논란'은 중국이 야심 차게 준비하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악재다.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인권 탄압 문제를 이유로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 미국과 이에 동조하는 내부 움직임을 보이는 영국, 호주, 일본 등에 명분이 하나 더 생긴 꼴이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펑솨이 간 영상통화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다음달엔 직접 펑솨이를 만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IOC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올림픽을 진행하는 데만 절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하며 각국이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WTA의 대회 보류 결정에 대해 '스포츠의 정치화'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펑솨이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는 정치적 논쟁거리로 비화할 문제는 아니다. 성폭행 피해를 호소한 여성 스포츠 스타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정당한 요구다. 오히려 자국 고위층의 성폭행 의혹을 덮으려고 SNS에 대한 차단 조치와 언론 통제에 나서는 중국의 행보가 더 정치적이다. 인권 문제를 늘 '서방의 공격'으로 치부하는 중국이 세계 각국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1978년 개혁 개방 이전까지 중국은 비공산권 국가들에 대한 배타적인 정책을 펴는 '죽의 장막' 속에 스스로 고립됐다. 이후 고립에서 탈피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지만 유독 자국 내에서 불거지는 인권 문제를 둘러싼 장막은 걷어내려 하지 않는다. 인권 탄압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를 정치화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아봤자 돌아오는 것은 국제적 고립뿐이다. 펑솨이 의혹 해소를 위한 중국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국제부 = 최현재 기자 apori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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