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선심성 재정정책’
이재명, 국토세 걷어 재원 한다더니
“국민 반대 땐 철회”… 선심 공약 자인
윤석열, 아직까지도 조달 방안 ‘깜깜’
안철수 ‘연금’·김동연 ‘부동산세’ 개혁
누가 당선 되든 재정건전성에 부담
2022년 나랏빚 1000조대·채무비율 50%
“안해본 새로운 것 하려 하다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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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경제 공약은 ‘빚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시리즈’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자영업자 지원금’ 등은 막대한 재원 소요가 불가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6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해 내년에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의 핵심 경제 공약은 기본소득이다. 대통령 임기 내 19∼29세 청년에게 연 200만원, 나머지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명에게 100만원씩만 지급해도 50조원이 든다. 이를 위한 재원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을 신설하고, 재정구조 개혁과 조세감면 축소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와 관련해 국민이 반대하면 강행하지 않겠다며 최근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포기하는 셈이다. 앞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 지급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 유연성을 앞세운 실용주의를 표방하지만 선심성 공약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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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 때마다 이런 공약을 만드는데 전부 선심성”이라며 “국민한테 뭔가 새로운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지금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인데, 기존 정책에서 뭐가 작동됐고 뭐가 문제였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5년마다 난리를 치면서 안 해본 새로운 것을 하려다 보니 난장판이 돼 버린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진도를 나아가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한 게 많다”며 “그런 것을 놔두고 기본소득을 퍼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간 중심 성장’을 외치면서도 당선 즉시 ‘자영업자·소상공인 43조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 소상공인에게 개인당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인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이 역시 대표적인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50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어떻게 쓸지도 말한 적이 없다”며 “자영업자 지원은 필요한데, 다시 생업을 할 수 있게 경쟁력을 키워줘야지 선거한다고 몇 푼 주면서 생색내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손실보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50조원은 황당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 5000억원을 구조조정해서 빼려고 해도 달려 있는 사람이 많아 빼지 못하고 빌릴 수밖에 없는데, 국가채무 상황이 위험하고 건전재정 운영을 해야 한다며 적자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하지도 않겠다고 한다”며 “국가재정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제3지대’ 대선 후보들도 경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모든 농어민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동일연금제 추진과 공적연금 단일체제 개편 등 연금개혁을 꺼내 들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신당 창당에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부동산 세제개편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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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은 대체로 세수 축소나 재정지출 확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기준 2025년 64.2%로 여전히 선진국 평균(118.8%)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6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불어나는 속도가 급격하다는 점은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2022년 예산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1064조4000억원)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웃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50.0%)로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상황을 고려해도 불과 2년 만에 국가채무가 259조2000억원 늘고, 채무비율이 10.2%포인트 상승한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세종=우상규 기자, 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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