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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계획성 없다" 정인이 양모 감형…법조계 "위험한 판결"[서초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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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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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정인이 2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에겐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021.11.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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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양모 장모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심에서 감형됐는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모든 아동학대 사건에서 중한 처벌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며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양부 안모씨와 양모 장씨도 2일과 3일 각각 법원에 상고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지난달 26일 살인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장씨의 학대를 방조하고 정인 양 학대에 가담한 양부 안씨에게는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 복부에 강한 둔력을 2회 이상 행사했다"면서 "키 79cm, 몸무게 9.5kg의 약 16개월 여아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형량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장씨에게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씨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정인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보호관찰소 검사 결과 스트레스 조절을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고, 이로 인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이어 ▲장씨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증거 은폐를 시도하지 않은 점 ▲벌금형 외 별다른 전과가 없고 사회적 위치나 관계가 견고했던 점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범행 자체의 참혹함뿐만 아니라 사회의 아동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는 점도 근거로 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를 오로지 피고인 양형에 투영할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장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다소 '위험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적인 사정을 감형 사유로 받아들이면서 향후 아동학대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도록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아동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취약한 존재인데 일반 살인사건과 같은 계획성을 요구했다는 것이 일차적으로 부적절하고, 장씨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감형 사유로 든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나 충동 조절 장애는 누구에게나 발현될 수 있는 건데 이를 근거로 감형이 된다면 앞으로 어떤 경우에서도 아동학대 살인 사건에 대한 무기징역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부가 감형 사유로 사회적 체계 미흡을 언급했는데, 개인이 저지른 범죄를 사회척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특히 법원의 판단에 의한 법 집행도 사회적 보호 체계에 포함이 되는데 법원이 사회적 책임을 물으면서 가볍게 처벌한다면 장차 발생할 피해자를 보호하는 예방적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 오인이나 양형부당으로 상고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처럼 1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 양형부당도 상고사유가 된다"면서 "대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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