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상인간을 대신하는 버추얼 페르소나 시대 예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인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급기야 4대보험까지 가입한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 가입은 곧 직장인이 됐다는 뜻이다.
주인공은 이달부터 신생기업(스타트업) 네오코믹스에 마케팅 팀장으로 출근하는 가상인간 ‘리아’다. 정직원이 된 리아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미지 처리 스타트업 네오코믹스에서 가상인간 제작사업인 네오엔터디엑스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네오코믹스에서 개발한 가상인간 리아. 리아는 네오코믹스의 정직원인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한다. 네오코믹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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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가상인간이 4대 보험에 직접 가입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상인간을 관리하는 네오코믹스 직원 김유리씨가 리아를 대신해 4대 보험에 가입했다. 김씨 역시 리아 공개에 맞춰 이달 초 입사했다.
김씨는 사내에서도 본명 대신 ‘리아 팀장’ 또는 ‘리아님’으로 불리며 철저하게 가상인간 역할로 살아간다. 권택준 네오코믹스 대표는 “과거에는 가상인간이 가상공간에서만 활동했지만 리아팀장은 정직원으로 입사해 고객사 미팅 등 실제 회사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리아로 살아가는 김씨는 입사 전에 케이블TV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리아(김씨)는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직장에서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사회관계형서비스(SNS)로 리아를 알리는 일을 한다”며 “퇴근 후에도 리아팀장으로 살아가며 취미활동과 일상 생활을 SNS에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인간이 사람을 대신하는 경우는 많지만 김씨의 경우 거꾸로 가상인간인 리아의 삶을 살아가는 셈이다. 권 대표는 이를 가상의 분신, 즉 ‘버추얼 페르소나’라고 표현했다. 그는 “역할과 외형이 바뀌면 사람의 성격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리아는 이를 보여주는 버추얼 페르소나의 전형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오코믹스의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가상인간 리아(가운데)가 네오코믹스 직원들과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네오코믹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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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씨도 리아 역할에 몰입하고 있다. 그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지 않고 점점 리아와 일체화되고 있다”며 “오히려 새로운 자아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분이어서 흥미롭다”고 심경을 전했다. 앞으로 리아는 이달 중 개설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채널을 통해 사람들과 적극 소통할 예정이다.
2018년 AI로 영상을 만들고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네오코믹스를 설립한 권 대표는 리아 외에 추가로 가상인간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AI를 이용해 아주 빠른 속도로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다”며 “이미 80개 이상의 가상인간을 개발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인간들이 다양한 대기업의 캐릭터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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