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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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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속 女 주인공은 왜 항상 울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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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익숙한 1970년대 미국 빈티지 순정만화 캐릭터가 전시장 벽면에 걸려있다. 커다란 포스터 같기도 한 작품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 자리잡고 있다. 울고 있는 여성 주인공은 유난히 순정만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여자 주인공이 무언가 시련을 겪으며 눈물을 짓는 여린 모습은 남자 주인공은 물론 독자들의 보호 본능까지 자극한다. 실제 현실속에서 여성들이 눈물을 많이 보이는지와는 관계없이 당시 만화책에서 여성들은 이렇듯 연약한 모습으로 자주 묘사됐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앤 콜리어(52)는 이같은 현상에 주목했다. 왜 과거 이미지들에서 여성들은 자주 울고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 그는 순정만화 속 여성들의 모습을 포착해 클로즈업한 사진 작업을 최근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선보였다. 여러차례 국내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가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신작 10여점을 선보인다. 최근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콜리어는 “해군이었던 아버지 덕에 어린시절 아시아 국가에 많이 있었다”라며 “특히 한국은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사진 기자로 활동을 하기도 해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던 국가”라며 첫 개인전을 여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은 1970년대 출간된 미국 순정만화책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작가가 이 시기에 집중한 이유는 스스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시기로 자연스레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다. 그는 “어릴적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만화책 뿐만 아니라 레코드 앨범 커버, 잡지 화보 등 다양한 이미지를 보며 사진이 흘러가는 순간을 포차해낸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었다”며 “그런 이미지를 본 경험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레퍼런스가 됐다”고 말했다.

작가가 이번 작품 준비를 위해 과거 도록, 영화, 만화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사를 하며 가장 놀랬던 점은 여성이 울고 있는 이미지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울고 있는 이미지에서 우울감과 같은 정서적 신호를 읽을 수 있었다”며 “여성의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표현하는 시대 속 문화적 현상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현상을 가장 극대화 해서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매체는 순정만화였다. 순종만화는 여성 청소년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역설적이게 여성을 순종적이고 끊임없이 고통 받는 존재로 소비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순정만화를 보니 심지어 수녀까지 울고 있는 여성으로 상당부분 묘사 됐다”며 “만화에서 ‘눈물’로 형상화 되는 우울감이 한 시대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작업을 통해 실험하고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콜리어의 작업은 얼핏 보면 세계적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업과 유사하기도 하다. 리히텐슈타인 팝 아트가 등장하는 시점에 처음으로 만화 형식을 이용한 유화를 선보이며 유명세를 얻었다. 콜리어가 그의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리히텐슈타인의 작업과 차별점도 있다. 리히텐슈타인이 다소 직접적인 연결성이 없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긴장감을 부여했다면 콜리어는 사회적 맥락 속 우는 여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확산되는지 재해석을 한 것이다.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콜리어의 작업은 이미지의 차용이기 보다는 정물 사진 촬영에 가깝다”며 “만화책의 종이 품질, 인쇄 과정의 불규칙성 까지 집중하게 만들어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또 다른 사회적 맥락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고 부연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이데일리

앤 콜리어 ‘우먼 크라잉 33’(Woman Crying 33)(사진=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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