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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아주경제 '아주 쉬운 뉴스 Q&A'

​​[아주 쉬운 뉴스 Q&A] 플랫폼 기업의 가치, 어떻게 측정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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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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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언론사들은 각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식들을 '10대 뉴스' 정도로 정리하곤 합니다. 올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 소식이 아마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것 같습니다. 현재 쿠팡 주가는 초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져 있지만, 상장 직후에는 공모가(35달러)보다 크게 높은 50달러 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쿠팡이 상장 후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다 보니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인 총거래액(GMV)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를 탈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두고 넘치는 유동성에 따른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의 가치 평가에 쓰이는 지표들, 또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Q. 기업의 가치평가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통상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PER(주가수익비율)와 PBR(주가순자산비율), 또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EV/EV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가 주로 활용됩니다. EV/EVITDA는 기업의 가치(Enterprise Value)를 EBITDA로 나눈 값입니다. 여기서 EBITDA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줄임말입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해준 수치로, 실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의미합니다.

EV/EBITDA는 기업의 가치가 현재 벌어들이는 현금에 비해 몇 배인지를 알려줍니다. 인수자 측에서 보면 이는 곧 회사를 사들였을 때 몇 년 안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 주는 지표입니다. EV/EVITDA가 5.0이라면 5년 안에 원금과 비슷한 현금이 회사로 들어온다는 것이죠. 이 지표가 높으면 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니, 상대적으로 비싸게 회사를 인수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Q. 다른 지표들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가입자나 고객, 거래 건수가 중요한 경우에는 이들 이외의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올해 있었던 이베이코리아 매각에서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이 활용됐습니다. PSR는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값으로, 매출 성장세가 중요한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우 사용됩니다. 총거래액(GMV) 역시 사용됩니다. 특히 이익이 나지 않는 최근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우 이들 지표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직매입 비중이 높다면 GMV가 곧 기업의 이익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딜리버리(배달) 기업들 역시 이를 가치평가에 활용합니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플랫폼' 성격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들은 가입자 규모의 증가와 함께 거래액이 늘어났지만, 수익성만 놓고 보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적자라는 점만 놓고 EV/EBITDA 지표를 기준으로 두 기업을 본다면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각자 속한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 잠재력은 현재 가치보다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충성 고객을 확보해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플랫폼 사업의 특징을 고려해 본다면 가입자/고객의 증가를 알 수 있는 GMV가 오히려 타당한 지표가 되는 셈입니다.

Q. 플랫폼 기업들은 어떻게 평가하게 되나요?

A. EBITDA만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플랫폼 기업들의 가치는 적게 잡아도 20~30배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하게 되면 30년 이후에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GMV 등의 다른 지표들을 활용하는 것은 EBITDA 같은 재무제표 상의 숫자 이상의 잠재력을 포착하기 위해서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은 시장 지배력에 있습니다. 충분한 가입자, 고객이 확보되었다고 하면 어떤 비즈니스를 붙여도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 배송에 진출하고, 배민이 'B마트'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단순히 GMV만을 갖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진 않습니다. GMV가 늘었다고 하면 어떤 요인 때문에 늘었는지를 따져보게 됩니다. 고객별 주문 빈도, 주문양, 평균판매단가(ASP), 수수료 등이 그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단순히 빈도만 늘어났다면 오히려 리스크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격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으로 단기간 거래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ASP는 배달 문화가 확산되며 이전엔 주문이 어려웠던 비싼 음식도 배달로 이용하게 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수수료 증가 역시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 충성 고객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GMV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쿠팡이나 배민이 이커머스, 딜리버리 시장을 혼자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을 숫자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안준호 기자 aj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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