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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챔피언십 형태로 운영되던 아시안게임 골프에 프로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게 됐다. 환영할 일이다.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이 커졌고,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된다. 남자의 경우 병역특례가 걸린, 정상급 선수에겐 수백억원 가치가 걸린 일종의 특혜를 특정 집단이 독점하지 않게 됐다. 그런 면에서 공정해졌다.
아시안게임은 단체전도 있기 때문에 올림픽보다 메달 따기가 쉽다. 징병제가 아니거나 메달리스트에게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 나라에선 최고의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을 거다. 이변이 없다면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젊은 남자 선수들 입장에서는 올림픽보다 오히려 병역 특례 가능성이 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을 것 같다.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될 텐데 이왕이면 이 열기를 침체한 한국 남자 프로골프(KPGA) 투어 활성화에 썼으면 좋겠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때 국내 몇 개 대회 의무 출전 조항을 두고 최종 선발전을 여는 아이디어도 있다.
한국 오픈이나 KPGA 선수권 같은 국내 주요 대회에 참가해야 출전 자격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대한골프협회는 KPGA와 협의해 두 대회를 미국 주요 대회와 겹치지 않게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륙대항전인 라이더컵과 프레지던츠컵의 선발 시스템도 참고해야 한다.
대표팀 최종 선발전은 기존 대회와 겸해도 좋고, 새로 만들어도 괜찮다. 아시안게임 대표 최종 선발전은 이듬해 시드를 놓고 벌이는 Q스쿨 대회 비슷해서 관심이 클 것이다.
최경주는 “인생에서 가장 긴장된 샷은 메이저대회 우승 경쟁을 하던 순간이 아니라 PGA 투어 합격 여부가 달린 Q스쿨 마지막 홀에서의 2m짜리 퍼트였다”고 했다. 긴장감이 극도로 큰 Q스쿨이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의견도 있다.
최종 선발전엔 한국의 젊은 남자 엘리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데다, 최선을 다해 흥미로운 대회가 될 것이다. 스폰서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명 선수들이 많이 출전해 스타 파워도 높고, 팬과 미디어의 관심이 많을 테니까.
물론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한국에 오는 게 쉽지는 않다. 피 말리는 플레이오프 순위 경쟁 때문에 시간 빼기도 쉽지 않고, 시차 적응도 힘들다. 국내 투어는 미국 대회와 비교하면 상금도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임성재와 김시우는 지난 8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에 참가하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 냉정히 말하면 올림픽 메달로 인한 병역특례가 메이저대회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 일정을 빼고 국내 투어 몇 개 대회에 참가하는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파 축구 선수들도 월드컵, 올림픽 지역 예선을 치를 때마다 대표팀에 합류한다.
아담 스콧 등 호주 골프 선수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더라도 호주 오픈 등 자국의 주요 대회에 대부분 참가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으로 혜택을 받은 한국 선수라면 이후에도 한국오픈 정도는 참가하는 것이 에티켓 아닐까.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은 훨씬 더 오래 희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기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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