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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2060년 국민 절반이 노인, 평균나이 61세..."인구대책 헛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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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인구 정책은 실패했다. 이대로면 사회 존립이 어렵다.”

1일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개발원(KDI)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인구 변화의 구조적 위험과 대응 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살벌했다. 인구 정책은 물론 재정 지출 구조, 노동 시장, 교육ㆍ돌봄 체계 등 전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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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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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연설자로 나선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저출산ㆍ고령화 속도와 강도는 사회ㆍ경제 시스템의 존립 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2060년 인구 절반 가까이 노인, 고령화율 세계 1위



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를 토대로 한 전망에서 지난해 15.7%였던 65세 인구 비율(고령화율)은 2040년 33.9%, 2060년 43.9%로 치솟는다. 전체 인구를 한 줄로 쭉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연령(중위연령)은 지난해 43.7세에서 2040년 54.4세로 올라선다. 2060년엔 61.3세에 이른다. 앞으로 40년 후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율을 기록하며 노인 국가로 자리 잡는다. 일하는 사람(생산가능인구) 1명이 사실상 노인 1명을 먹여살려야 하는(노년 부양비 91.4%) 고단한 나라가 된다.

정부가 시행한 인구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강동수 KDI 거시ㆍ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인구 구조 변화의 심층적 원인 파악에 실패했고, 목표와 괴리된 과제 다수가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직접 이해가 얽혀있는 시민사회,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채 중앙 정부가 주도로 인구 정책이 짜인 탓이다.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이 난무하며 재정만 낭비했다. 영유아나 노인 대상 수당 같은 미시적 복지정책에 집중한 것도 문제였다.

현재 가동 중인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한계도 분명했다. 강 부장은 “기획재정부 중심의 범정부 인구정책 TF는 평생 학습, 아동 돌봄, 지역균형발전 등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며 “군 인력 체계, 노인복지서비스 연령 기준, 지방재정교부금 개편 등 중요 과제 대부분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고, 공론화는 미진했다.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채 부처 간 갈등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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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국가로 향해가는 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 주도 ‘일방통행’ 정책, 효과 없이 헛돈



이와 관련해 서 부위원장은 “현장 집행 기능이 중요한 저출산 대책과 종합 심의 기능이 중요한 고령사회 정책의 특징 차이를 고려해 분리ㆍ접근해야 하며, 이에 대한 인식 공유와 공동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GDP의 1.3%에 불과한 가족 지원 예산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7년 2.34%)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재정 지출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나라에 돈을 낼 사람보다 받아갈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랏빚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망은 제각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58.7%로 증가하겠다고 봤다. 기획재정부 전망(81.1%)은 그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재정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뾰족한 대응책도 보이지 않는다.

고창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전망팀장은 “인구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의무 지출과 사회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령화로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적자를 어떻게 보전할 건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건강보험ㆍ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은 무슨 돈으로 막을지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사진이 아직 없어서다.



가족예산 늘리려야…연금ㆍ사회보험ㆍ재정 개혁 시급



고 팀장은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조세부담률을 제고하고 국민연금도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민연금 급여액 자동조정장치(경제성장률, 출생률, 기대수명 같은 사회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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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인구 변화의 구조적 위험과 대응 전략’ 토론회에서 정해구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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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문제와 직결된 노동ㆍ교육ㆍ돌봄 정책도 대수술이 필요하다. 고령화에 대응한 노동 분야 대책으로 법정 정년 연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부작용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정년을 갑작스럽게 늘리면 오히려 기업 현장에서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청년 신규 채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남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은 고용을 감소시켜 노동력 부족의 해소책이나 일할 기회 보장책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정년 연장은 조기 퇴직을 증가시켜 연금 수급 연령 불일치에 따른 소득 단절을 더욱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 연구위원은 이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을 법적 정년에 근접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년 연장을 하려면 1~3년 단위로 1세씩 상향하는, 점진적이고 완만한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은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회 투자를 확대하고 출산ㆍ양육에 의한 여성의 노동권 상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성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소멸에 대응해 “초광역권 확대와 중심 거점 구축, 광역 교통망 조성이 중요하고 소멸 위기 지역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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