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숙인 곽상도 전 의원 |
(서울=연합뉴스) '아들 퇴직금 50억' 의혹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 여부가 1일 밤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 전 의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했다.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 직원이던 곽 전 의원의 아들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고, 곽 전 의원은 2015년 민간사업자 선정 직전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준 혐의를 받는다. 곽 전 의원을 소환한 검찰이 추가 조사 없이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리급 직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이 지급된 것은 통상의 범주를 벗어난 거액이라는 점에서 이는 곽 전 의원에게 넘어간 '알선 사례금'으로 판단하고 있다. 곽 전 의원 측은 50억원에는 퇴직금과 성과금, 산업재해보상금이 포함돼 있고 곽 전 의원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낮 심문 뒤 기자들에게 "청탁받은 경위나 일시, 장소 등이 심문 과정에서 안나왔다"면서 "(검찰 증거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과거에 그런 얘기를 남욱 변호사에게 한 적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항변했다.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구속영장도 재청구돼 2일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던 당시 직원에게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손 검사를 상대로 '공수처 출범 1호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보강수사를 거쳐 35일 만에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 관계자가 사전 통지 절차를 어기고 대선 경선 일정을 언급하면서 출석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할 때에는 손 검사에게 뒤늦게 포렌식 참관을 통보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9월10일 압수수색을 제외하고 손 검사를 피의자로 한 모든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준항고장을 냈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이 영장 제시와 피의자 참여권 보장 등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면서 영장집행 취소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는 코드 수사, 무능 수사에 이어 위법 수사 논란까지 자초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여야 유력 대선 주자와 연관돼 있어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대장동 의혹의 정점에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일단 검찰은 이 후보의 배임 혐의는 접어두고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막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이 곽 전의원의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지만 국민은 이미 '퇴직금 50억'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고발사주 의혹의 경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핵심 측근들이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 입장에서 손 검사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조직의 명운을 건 승부수로 보인다. 무리한 수사와 수사력 시비로 체면을 구긴 공수처가 혐의를 입증할 회심의 한방을 확보했는지 지켜볼 일이다.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헛발질은 한심한 수준이었지만 이와 별개로 법과 수사를 잘 아는 현직 검사가 조목조목 공수처와 맞서는 모습은 국민의 눈에 씁쓸하게 비친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검찰 조직이 기소 의지를 전제로 범여권 인사를 골라 야당을 시켜 고발하도록 했는지 여부다. 사실이라면 중차대한 일이다.두 사건을 특검에서 다루는 문제는 국회 특검법 통과, 특검 임명 및 수사 범위 등에 대한 여야 협상 등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 대선 전에 착수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대장동 의혹은 4인방 기소에 이어 곽 전 의원의 구속 여부를 계기로, 고발사주 의혹은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여부와 기소를 계기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인사의 구속 여부가 곧바로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맞물려 두 사건 수사가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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