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도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받을 수 있어야"
"우리도 사람이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서 시위하는 난민들 |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난민 A씨가 "전세임대주택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관악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중동 국가에서 입국한 A씨는 2018년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국민기초생활법에 따라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의료급여 수급 대상에 포함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관악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전세임대주택 거주를 신청했으나, '외국인은 공공임대주택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이에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공공주택특별법을 보면 입주 대상자 선정 과정에 외국인이 배제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과 2013년 시행된 난민법에 따라 난민도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공주택 입주 신청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1992년 가입한 '난민협약'은 모든 난민은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하며,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송환이 금지되고, 최소한의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재판부는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의 권리에 관한 각종 규정은 국내법의 효력을 가진다"며 "그런데도 난민 신청자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봉쇄됐고, 난민 인정자는 협약에서 보장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만약 난민에게 사회보장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면 관계 법령에서도 이에 대한 규정을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 난민이라면, 국민과 마찬가지로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입주 자격을 조회해야 하므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공주택특별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난민을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주택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등록표 대신 외국인등록표 등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이제까지 각종 정부 지원에서 난민들이 배제돼 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들도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정부 난민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1천137명이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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