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아프리카에 코로나19 백신 10억회분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장관급 회담 개회식에서 영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은 또한 아프리카 금융기관들에 100억 달러(약 11조9천200억원)의 신용한도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과 아프리카 간 대외 위안화 센터를 세울 것이며, 자국 기업들에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 달러 이상 투자 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지원을 위해 빈곤 완화·농업 관련 10가지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농업 전문가 500명을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과 아프리카는 국제 관계의 새로운 형태 구축의 본보기가 됐다"며 "양측은 전염병과의 싸움에 협력해야하고, 실용적 협력을 강화하며, 녹색 성장을 촉진하고, 정의와 평등을 수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세계 각국이 남아프리카 국가들에 빗장을 걸면서 부유한 서방 국가들의 '백신 독점'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나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오미크론 유입을 우려해 남아공발 항공편 등을 차단한 국가들에 "깊이 실망했다"며 해당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생방송 대국민 담화에서 "여행 제한 조치는 지난달 로마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이뤄진 개발도상국 관광업 진흥 등에 관한 합의에도 어긋난다"면서 여행 규제는 경제에 타격을 주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회복하는 것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의 백신 독점으로 인해 백신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갖지 못한 곳에서 새 변이 바이러스가 더욱 독해지고 있다며 "이번 오미크론도 백신 접근 불평등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지부도 성명에서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한 여행 금지 조치를 강력히 규탄했고, 아프리카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선진국의 백신 사재기 탓에 아프리카에서는 접종률이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는 실정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FOCAC를 대 아프리카 외교의 주요 창구로 활용해온 중국이 적시에 백신 등 선물 공세를 한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향해서도 물량 공세를 벌이며 동남아에서 우군 확보에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 영상으로 개최된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양측간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5년간 1천500억달러(약 178조원) 상당의 농산물 수입, 3년간 15억달러(약 1조7천800억원)의 개발원조, 1천개의 선진 응용 기술 제공, 청년 과학자 300명 방중 교류 등 '보따리'를 풀었다.
외교가에서는 앞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미국 중심 서방의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동남아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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