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당한 데 앙심 품고 범행 저질러
8개 혐의 檢 송치… “죄송하다” 말만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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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35)은 자신이 스토킹 혐의로 신고당한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29일 김병찬을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 및 보복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상해, 주거침입, 특수협박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11월7일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해 특가법상 보복살인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 단순 살인보다 형량이 높다.
김병찬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피해자의 경찰 신고 이후 범행 도구와 범행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병찬의 주거침입 횟수는 10여 차례에 달하고, 피해자 집에서 차 열쇠를 가지고 나와 피해자 차량에 들어가 있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검찰 송치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선 김병찬은 피해자나 유족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계획 살인을 인정하냐’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고, 끝내 마스크도 벗지 않았다.
앞서 피해자는 올해 6월부터 신변 위협을 느낀다며 경찰에 다섯 차례 신고했다. 이 중 네 번은 이달 7일 이후 한 신고였다. 이 때문에 경찰이 신변보호 요청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위반하면 반드시 입건하고, 재발 위험이 있는 스토킹 가해자는 구류 조치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피의자 유치나 구속 같은 격리가 신속하지 못했던 부분이 안타깝다”며 “인신구속이 가능한 조치 적용을 우선 고려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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