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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현 "바보 연기하면서 말 못할 희열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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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현 "바보 연기하면서 말 못할 희열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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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com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com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며 한 여인만을 향한 순애보를 간직한 왕('해를 품은 달')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쫓아 마카오까지 원정을 떠나는 치기 어린 젊은 도둑('도둑들')으로 상반된 매력의 캐릭터를 선보이며 지난해 최고의 별로 떠오른 김수현이 콧물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 일쑤인 바보 청년이 되어 돌아왔다.

물론 신작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에서 김수현이 맡은 방동구는 단순한 바보 청년이 아니다. '남한 최하계층 달동네 바보로 잠입하라'는 침투 임무를 받고 북에서 남파된 특수 공작부대 오성조의 제 3조장 원류환이 그의 실제 이름이다.

지난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홍보에 한창인 김수현(25)을 만났다.

인터뷰 현장에 자리한 김수현은 영화 속 이소룡식의 더벅머리 헤어스타일이 아닌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숏커트 헤어스타일에 연푸른색 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앞서 진행된 수많은 인터뷰들 탓에 지쳤을 법도 하건만 단 하나의 질문에도 허투루 대답하지 않고 배우로서 자신의 현위치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의 명민함이 엿보였다.

부모님께 물려 받은 타고난 중저음의 음성과 좋은 발성이 배우가 가진 본연의 자산인 것 같다는 칭찬을 건네자 '으허허허'하며 극 중 방동구 식의 웃음을 보이며 쑥스러워 하는 반응에서는 20대 중반 연기자의 순진한 면모도 숨겨져 있었다.

극 중 방동구 캐릭터일 때의 바보 연기와 북한 최정예 엘리트 요원 원류환일 때의 연기 톤을 어떻게 구별했는지에 대한 첫 질문을 던지자 "사실 재채기를 할 때 진짜 콧물이 나오는 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실 코 안에 약간의 (콧물)장치를 했는데 휴지로 한 쪽 코를 살살 간지럽혔더니 양쪽 코에서 콧물이 쏟아져 나왔다"며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사실 방동구 캐릭터를 연기하며 큰 공부를 했죠. 처음에는 나 스스로가 얼마나 나를 내려놓고 포기할 수 있을지 고민 됐지만 서서히 캐릭터에 녹아 들면서 오히려 희열감을 느꼈죠. 어린 아이들에게 뒷통수를 맞는다거나 노상에서 큰 볼 일을 보고 더벅머리 가발을 쓰고 초록색 트레이닝 복을 접어 입고 다니면서 만족감이 대단했어요. 사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으며 어떤 곳에서는 격식을 차려야 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항상 멋있게 있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망가질수록 좋은 거니까 그 점이 오히려 만족스러웠죠."

바보로서의 목표가 최대한 편해 보이는 것이라면 스파이 원류환의 목표는 날카로운 눈 빛과 각 잡힌 태도였다. 영화 '아저씨'의 무술감독이자 이번 작품의 무술감독이었던 박정률 감독은 절도 있는 무술 동작들을 배우들이 직접 소화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며 진정한 스파이 캐릭터로 김수현을 단련시켰다.

"이렇게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처음 접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촬영 수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훈련을 받았죠.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박기웅 형이나 이현우, 손현주 선배님과 함께 하니까 오히려 재미 있었어요. 박정률 감독님이 동작들을 최소화하고 간결하게 만들어주신다며 '배우들이 직접 소화하자'고 하셨는데 손 선배님이 바로 '알겠습니다' 하시더라고요. 저희들도 당연히 직접 소화하겠다고 말씀 드렸죠. 액션도 액션이지만 저에게는 엘리트 스파이로써 원류환의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표현하는 것도 숙제였어요. 2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성조의 조장이 된 원류환이라면 독기나 날카로움이 한 눈에 드러나야 하니까요. 다행히 바보 연기에 대비되는 눈빛 덕에 강렬함이 살았던 것 같네요."


김수현의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는 배우 송중기(28)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VIP 시사회 현장을 찾아 화제가 된 것이 생각나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을 물으니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들려줬다.

"대중들이 저라는 배우를 알게 된 첫 작품으로 꼽으시는 드라마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잖아요. 그 작품에서 중기 형을 처음 만났어요. 처음에 중기 형을 봤을 때 '뭐지, 이 꽃미남은?'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 드라마를 하면서 중기 형과 연기에 대한 얘기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죠. 중기 형에게는 그 때 당시에도 저에게 없는 게 딱 하나 있었어요. 단 한 장면 서로 붙는 신이 있었는데 대단한 여유가 느껴졌어요. 그 때 저도 여유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명장면 중 수많은 여성 팬들의 여심을 자극할 장면 중 하나는 김수현이 식스팩의 근육질 몸매를 노출한 채 강도 높은 신체 훈련을 하는 신일 것이다. 10~20초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장면이지만 김수현은 이 장면을 위해 1.5개월 이상을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준비했다.


"정말 서러울 정도로 굶었어요. 풀 종류와 단백질만으로 된 식단을 짜서 아몬드 씹어가며 생활 했어요. 근육을 만드는 것이 이렇게 서러운 일인 줄 몰랐어요. 밥을 못 먹으니까요. 하지만 운동을 하는 건 기분 좋았죠. 강도 높여서 세게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꽤 큰 성취감이 있었죠."

이야기를 과거로 돌려 지난해 '해를 품은 달' 때 일었던 김수현 신드롬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을 들려줬다. 가수 출신 아버님(김수현의 부친은 록그룹 세븐돌핀스의 보컬로 활동했다)께 물려 받은 매력적인 중저음의 보이스와 기본기가 충실히 다져진 발성 훈련 덕에 발군의 사극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묻자 정작 본인은 왕 연기를 하며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25세의 연기자로써 마치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달까요. 연기의 한계를 느꼈어요. 정말 마음 갖지 않더라고요. 왕으로써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특히 대신들 앞에서 정치적인 사안을 놓고 대립할 때 '광해'의 이병헌 선배님이 하신 그런 모습을 드러낸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대신들을 쥐락펴락 해야 하는데 선배님들이 오히려 저를 많이 도와주셨죠. 그런데도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함꼐 연기 하고 싶은 여배우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이미 이상형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여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를 꼽았다. 국내 여배우 중에서는 굳이 누군가 한 명을 콕 집어 말하기가 곤란한 눈치였다. 감독 중에서는 '도둑들'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이뤘던 최동훈 감독과 '미스터 고'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용화 감독을 꼽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VIP시사회 후 이어진 뒷풀이에 최동훈 감독이 오셨더라구요. '수현, 너를 2시간내내 봐도 질리지가 않더라'고 하시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술을 있는대로 마셨죠. 김용화 감독님은 이번에 처음 만나뵈었는데 외모도 수려하시고 말씀도 너무 재미있게 잘 해주시더라고요. 두 감독님과 꼭 한 번 작품을 같이 하고 싶네요."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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