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건 디 스탤리언 깜짝 등장…"아미와 함께하는 게 믿기지 않아"
공연 끝나고도 팬들 '덩실덩실' 여운 그대로…"놀라운 경험"
방탄소년단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 콘서트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이태수 기자 = "아미(방탄소년단 팬)가 바로 여기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저는 좋아서 이렇게 몸을 흔들거립니다. 여기 '보라해'도 있고, '사랑해'도 있고, 사랑한다는 말이 참 많네요."
한국에서 온 7명의 청년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 로스앤젤레스를 '다이너마이트'처럼 터뜨리고 '버터'처럼 녹여버렸다. 온 에너지를 다해 '피 땀 눈물'을 토해내며 선명한 보랏빛 'DNA'를 각인시켰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현지 시간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 스테이지 인 LA' 두 번째 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은 묵직한 비트가 인상적인 '온'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얀 의상으로 맞춰 입은 멤버들이 철창을 열고 무대 밖으로 나오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진동했다.
최대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타디움 내부엔 대형 전광판과 'T'자형 돌출 무대가 놓였고, 남은 공간에는 약 5만명의 아미들이 우주 속의 별처럼 가득 들어찼다.
방탄소년단은 이번과 같은 이름으로 지난달 24일 '맛보기' 콘서트를 선보였지만, 국내에서 열린 온라인 전용 행사였다. 당시 멤버들은 텅 빈 잠실주경기장에서 카메라를 관객 삼아 공연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LA 공연은 달랐다.
5만 아미가 '오 나 나 나' 혹은 '에 오'하고 떼창을 선물했고, 손에 든 '아미 밤'(Army Bomb·방탄소년단 응원봉)은 은하수처럼 빛나 장관을 만들어냈다.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 '쩔어', 'DNA' 등 히트곡을 줄줄이 선보였다. 응원봉은 노래 분위기에 맞춰 붉은색으로 변해 분위기를 달궜다.
관객들은 흥을 숨기지 못하고 두 팔로 춤을 추는가 하면,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려는 듯 손으로 연방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을 실제로 봤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방방 뛰는 이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발라드곡으로 가창력을 뽐내며 공연의 호흡을 가다듬었다. '블루 앤드 그레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우울과 불안을 묘사하다가 '라이프 고스 온'으로 희망을 노래했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등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한 노래들이 흘러나오자 공연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각국에서 모인 팬들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영어 가사를 따라부르며 즐거워했다.
특히 '버터' 무대 중반에는 미국의 인기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이 깜짝 등장해 힘을 보탰다. 그가 등장하자 장내는 놀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당초 지난 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협연을 펼치기로 돼 있었지만, 메건 디 스탤리언 측의 사정으로 불발돼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방탄소년단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 콘서트 |
공연의 마지막 두 곡은 '봄날'과 '퍼미션 투 댄스'.
코로나19로 2년 만에 아미와 대면한 자리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더 새워야, 널 보게 될까"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 '봄날'과 "춤에 허락은 필요 없다"고 선언하는 '퍼미션 투 댄스'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멤버 진은 마치 '오징어게임'의 영희 로봇처럼 빨간 리본으로 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 아미들의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관객들은 마지막 무대에 앞서 하얀색 응원봉으로 파도타기를 하며 축제를 즐겼다.
지민은 "여러분을 만나면 꼭 보고 싶었고, 너무 고생했고, 고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계속 기다려줘서 영광이고, 감동이다"라고 말하며 감정이 벅차오른 듯 눈물을 애써 참았다.
이번 공연은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전체 K팝 시장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오프라인 공연을 못했고, 이달 들어 시작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도 5천명 이상 규모의 공연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외 투어라는 돌파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장 주변은 전날에 이어 일찌감치 찾아온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팬들은 공연 시작 훨씬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질서 정연하게 입장했다.
소파이 스타디움은 첫째 날 공연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날 공연 3시간 전부터 서둘러 관객들을 입장시키고 백신 카드와 소지품 검사를 진행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은 공연장 밖에서 BTS 노래를 들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을 이날 실물로 본 팬들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두 팔을 휘젓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걷는 이도 부지기수였다.
세 딸과 함께 유타에서 날아와 이날 처음 방탄소년단을 봤다는 '모녀 아미' 조 램퍼드(42)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가족끼리 방탄소년단 영상을 매우 많이 봐왔고, 음악을 들어서 멤버들이 마치 가족같이 느껴진다"면서도 "그래도 지금까지는 이들이 멀게 느껴졌는데, 오늘 눈앞에 나타나니 너무 좋았다. 오프닝곡 '온'으로 멤버들이 등장했을 때는 '와우 미쳤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제이홉이 날 울렸다"며 "그들은 정말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졌고, 이는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보랏빛 물결과 하나 된 아미들 |
콜로라도에서 온 크리스털 에스텔로(30)씨는 이날 최고의 무대로 '블루 앤드 그레이'를 꼽았다.
그는 "오늘 방탄소년단을 실물로 처음 봤는데 너무 환상적이었다"며 "그들은 자기의 노래에 감정을 매우 잘 불어넣는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들이 우리를 정말로 신경 써준다는 점을 느낄 수 있고, 팬을 어루만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에서 6시간 걸려 어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또 다른 모녀 아미 루비 존슨(15)양은 "2019년 12월 '징글볼' 공연을 관람했는데, 이후 이들이 무척 그리웠다. 2년 만에 다시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며 "모든 무대가 훌륭했지만 '페이크 러브'와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며 흡족해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음 달 1∼2일에도 콘서트를 펼친 뒤 달 3일에는 미국 대형 음악축제인 '징글볼' 무대에 오른다.
"팬데믹 상황에서 연 2년 만의 콘서트인데, 소파이 스타디움을 꽉 채운 아미 여러분의 함성과 응원을 듣고 공연한 게 저희의 역사와 추억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 같아요. 여러분을 정말 사랑합니다."(제이홉)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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