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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남편 대신 사죄"…측근은 "5·18 관련 아냐"' 故전두환 마지막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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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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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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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사죄를 드리고 싶다"

끝내 '대리 사과'가 나왔다. 민주화 유공자와 유족들이 그토록 요구해온 사과지만 진정성에는 물음표가 찍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7일 오전 제11대·12대 대통령을 지낸 고(故) 전두환씨 영결식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4주 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정치권 주요 인사들로 북적거리고 5·18 시민군까지 찾아와 보인 '화해 무드'와는 대조적이었다.


끝내 나온 '대리 사과'…全 본인 아닌 妻 입에서…전두환 측 "5·18 관련 아냐"

전씨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층에서 40여분 간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전씨 부인인 이순자씨와 장남 재국씨, 차남 재용씨, 삼남 재만씨, 딸 효선씨 등 친·인척과 측근이 참석했다.

영결식 내내 전씨 측근들의 '칭송'이 이어졌다.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선진 조국을 창조하는데 일생을 헌신했다"며 "2차 오일쇼크 등 허우적거리던 한국 경제를 되살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사과'가 나왔지만 수 시간 만에 뒤집혔다. 이씨는 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던 중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난 후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며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장례식을 마치면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전씨 일가가 과오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전씨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오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이 진행되던 중 기자들에게 "(이씨가) 5·18 관련해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며 "분명히 '재임 중'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1980년 5월에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은 그해 9월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씨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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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와 유가족들이 화장 절차를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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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던 盧 빈소와 '대조'…쓸쓸한 5일장 채운 '막말'

전씨 장례는 삼남 재만씨 귀국이 늦어지면서 5일장으로 열렸지만 내내 썰렁했다. 전직 대통령을 지냈지만 역사적 과오에 대해 그간 사과하지 않아 정계 주요 인사들 대다수가 조문을 오지 않으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문 없이 청와대 차원으로 역사적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전씨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차기 대선 주자들도 조문하지 않았다.

빈자리는 제5공화국 인사들과 전씨가 이끈 '하나회' 일원들이 채웠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전씨 업적을 떠받들었고 5·18을 깎아내리는 막말을 쏟아냈다. 빈소가 차려진 첫날 조문한 정진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5·18은) 북한군이 300여명이 남하해 일으킨 사건"이라 했다.

전씨를 추종하는 극우 보수 단체 회원과 유튜버들이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7일 영결식장 앞에서 보수 유튜버 30여명은 '5·18은 전두환이 발포 명령하지 않았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장례식장 외부에서는 우리공화당 등 보수 단체가 지지 시위를 벌였다.


장지는 여전히 '미정'…편히 눈 감지 못한 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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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 운구차량이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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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20분쯤 발인 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친 유해는 오후 1시10분쯤 생전 살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장지를 정하지 못하면서 유해는 자택에 임시 안치하기로 했다.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씨는 국립묘지법에 따라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 전씨가 평소 유언으로 밝혀 온 '북녘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군 주둔지)에 묻히고 싶다'는 뜻도 정부 허가가 필요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 전 대통령도 유족들이 장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경기 파주시의 사찰인 검단사에 임시 안치됐다. 역사적 평가를 뒤로 한 채 잇따라 세상을 뜬 전씨와 노 전 대통령 모두 눈을 감은 뒤 편히 쉴 공간을 찾지 못했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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