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29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 ‘정인이 사건’의 양모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단체 회원 10여명 은 목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이 중 일부는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이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손에 들고 있었다. 검은 조복 차림으로 한 시간가량 선고를 기다리던 한 참가자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먹이다 다리에 쥐가 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정인이 양모 장모 씨의 항소심 판결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 박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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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성수제)는 살인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인 양의 양모 장모(35)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장씨의 학대를 방조하고 정인 양을 학대한 양부 안모(38)씨는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이들 모두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 관련 기관취업제한 명령 10년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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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고의’는 재차 인정했지만
장씨는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살해하고, 같은 해 10월 13일 발로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안씨는 부인의 학대를 방치하고 아동학대에 일부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안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장씨는 “살인의 의도가 없었고 장간막 파열 등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30초 간격으로 거칠게 호흡하는 등 임종 단계의 호흡을 보였다”며 정인 양에게 이미 장간막 파열 등이 발생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장씨가 피해자 복부에 강한 외력을 행사한 게 적어도 두 번 이상”이라며 “키 79㎝, 몸무게 9.5㎏으로 쇠약해진 피해자에게 외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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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 신중해야…사망 적극적으로 의도했다 볼수 없어”
하지만 ‘무기징역’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장씨의 감형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은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 자유형으로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만큼 형법 51조를 중심으로 모든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은 살인 결과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사망이라는 결과를 적극적으로 희망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를 오로지 피고인의 양형에 투영하는 건 책임주의 원칙상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며 “아동학대 예방방지는 관계기관 전문화를 비롯해 아동보호 체계가 철저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당 사건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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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형 선고에 방청석에선 고성도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 씨의 항소심 판결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 등이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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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 30분부터 법원 앞에는 20명 남짓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장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앞서 재판부에 약 2만여건이 넘는 엄벌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회원들 중 방청권을 얻어 재판에 참석한 일부는 선고가 끝나자 “말도 안 돼” “정인이 살려내”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선고 직후 공혜정 대한아동방지협회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6개월 인생의 반을 끔찍한 학대에 시달리다 사망했는데도 전혀 반성이 없는 장씨에게 재판부가 35년형을 준 건 납득이 어렵다”며 “사회적 시스템도 문제가 있지만, 개개인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만큼 개인의 잘못된 행동을 사회 책임으로 미룰 수는 없다”며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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