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조사…"8∼12세기 공간 변화과정 파악"
황룡사 서회랑 서편지구에서 나온 등잔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라 최고·최대 사찰로 알려진 경주 황룡사에서 통일신라시대 등잔이 무더기로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연차 발굴조사 중인 황룡사터 서회랑(西回廊) 서편지구에서 폐기물 구덩이에 묻힌 신라 등잔 150여 점을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
등잔 지름은 10㎝ 안팎이며, 제작 시기는 8∼9세기로 추정됐다.
황룡사에서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이뤄진 발굴조사를 통해서도 많은 등잔이 발견됐으며,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도 백제 등잔 80여 점이 출토된 바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폐기물 구덩이에서는 주로 기와나 토기가 나오는데, 이번 조사 지역의 구덩이에는 특이하게도 등잔이 한꺼번에 묻혀 있었다"며 "구덩이는 건물터가 아닌 곳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찰에서 불을 밝힌 등잔을 일괄적으로 묻은 이유를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등잔 그을음에 대한 자연과학 분석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조성한 것으로 짐작되는 건물터, 배수로, 담장터도 확인됐다.
조사단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조사 지역의 땅이 높아진다는 사실과 통일신라시대 건물터 위에 흙을 덮고 고려시대 건물을 건립한 양상이 드러났다"며 "8세기부터 12세기까지 특정 공간이 변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조사 지역인 황룡사 서회랑 서편지구는 사찰 운영시설이나 승려 생활공간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70∼1980년대 발굴조사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전신인 경주고적발굴조사단 사무실이 있어서 그때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8년 발굴조사를 시작해 건물터와 배수로 등을 확인했고, 길이 6㎝인 금동봉황장식 자물쇠도 출토했다.
국립경주문화재 황룡사 조사 지역 |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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