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5명·어린이 1명 포함…인신매매범 4명 체포
양국 간 난민 올들어 지난해 3배…마크롱 "비극"
영불해협에서 구조된 난민들 |
(런던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김태종 기자 =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불해협을 건너던 난민 30여명이 24일(현지시간) 보트 침몰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AFP·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프랑스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던 난민 보트가 프랑스 칼레 항구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스 당국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침몰한 보트에는 34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2명은 목숨을 건졌으나, 나머지 1명은 실종돼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망자에 여성 5명과 소녀 1명도 포함됐다.
다르마냉 장관은 "생존자 2명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심각한 저체온증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사고가 2014년 이후 영불해협에서 일어난 단일 건으로는 최악의 참사라고 밝혔다.
보트를 탔던 난민들의 국적과 신분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희생자 신분 확인과 함께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또 인근 벨기에 국경에서 이번 참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신매매범 4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다르마냉 장관은 "우리는 체포한 4명이 이번 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해상과 상공에서 실종된 1명과 함께 추가로 보트에 탄 난민이 없는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참사의 구체적인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프랑스 어선 한 척이 빈 보트와 움직임 없이 물에 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구조요청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희생된 난민을 태운 구급차가 프랑스의 한 병원에 도착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2021. 11. 24. photo@yna.co.kr |
프랑스와 영국은 이번 사고를 "비극"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영불해협이 묘지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북부 해안의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재정적인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 장관 긴급 회의를 요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사고를 "재앙"이라며 "반드시 인신매매 조직들을 깨부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국은 사고 후 난민들의 목숨을 건 밀입국과 범죄 조직들을 막기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는데 합의했다.
올해 들어 작은 배에 의지해 영불해협을 건너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만도 25척이 해협 도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도착한 난민 숫자는 22일 기준 2만5천 명으로 이미 지난해의 3배가 넘었다. 올해 초에는 하루에만 1천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은 프랑스에 난민들이 위험한 길을 떠나지 않도록 조치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불해협 난민 문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과 프랑스 양국 간 갈등을 키우는 주요 사안이다.
merciel@yna.co.kr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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