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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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사망한 전두환 전(前) 대통령이 사죄 없이 떠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상 규명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둘러싼 일부 법정 다툼은 피고인의 사망으로 종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5·18 관련 단체 등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소송 제기와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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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 없이 떠났지만…소송과 조사 이어진다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민주화 운동 관련자 국가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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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5·18 민주화 운동 관련자 국가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 측은 “5·18이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의 군사 반란에 항거하는 정당행위라는 평가는 이뤄졌지만, 5·18 보상법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명예 회복 등은 이뤄지지 않거나 미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민변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력 진압으로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5명, 부상자 40여명, 유죄판결자 20여명 등을 대리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앞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전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전두환씨는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으나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9년 12월에 출범한 조사위는 그간 전 전 대통령을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의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조사를 이어왔다.
이날 조사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사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조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전두환씨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상향식 조사’ 방식을 통해서 일반 사병과 장교 등 당시 5·18 유혈진압에 가담했던 이들과 접촉해 증언과 자료 등을 확보한 뒤 고위 핵심 책임자들의 범죄 혐의를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조사위 측은 “신군부 핵심인물들은 더 늦기 전에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고백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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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고 죄 안 사라져, 도의적·역사적 책임 물어야”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녹화ㆍ선도 공작 의문사 사건 및 강제징집 녹화사업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접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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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령 정권에서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주도한 ‘녹화사업’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시 보안사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운동을 탄압하고자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들을 군에 강제징집하고, 고문과 협박 등을 통해 시위계획 첩보를 확보했다.
이러한 녹화사업으로 의문사한 피해자 유족들이 모인 녹화·선도공작의문사진상규명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전두환 신군부의 반란과 집권과정에서 보안사가 자행한 녹화·선도공작으로 8명이 의문사했으나 현재까지도 그 죽음의 실체적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다”며 지난 2월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조종주 대책위 사무처장은 “전두환씨가 죽었다고 해서 그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형법상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도 국가수반으로 행했던 수많은 행위에 대한 도의적이고 역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조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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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은 종결 수순, 민사인 손해배상은 남아”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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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령 사망은 현재 진행 중인 5·18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전 대통령은 5·18 관련 단체와 2개의 항소심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형사)와 손해배상 혐의(민사)를 다투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17년 4월 대통령 퇴임 30주년을 맞아 펴낸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해 고소당했다. 지난 2018년 9월 민사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5·18단체에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 11월 1심 형사재판에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가 내려졌다.
형사와 민사 1심에서 모두 패소한 전 전 대통령이 항소하면서 현재까지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으나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형사재판은 종결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 제328조(공소기각의 결정)에 따라 피고인의 사망진단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재판은 중단되기 때문이다. 반면 민사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은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사소송법상 ‘소송수계절차’(상속인이 소송을 이어받는 절차)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국씨에 대한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어서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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