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조 화환이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유영하 변호사는 오전에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례식 둘째 날인 24일 빈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정체불명’의 근조화환이 세워졌다가 뒤늦게 치워졌다.
이날 오전 9시쯤 전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지하 2층 특실 1호실에는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 명의의 화환이 도착했다. 이 화환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낸 화환 옆에 서 있었다. 끝에는 마찬가지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화환이 놓였다.
여러 매체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 화환은 가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하 변호사 측은 “저희가 보내는 조화는 오후 4~5시 사이 도착할 예정”이라며 “오전 조화는 누가 보낸 건지 알 수 없고 대통령님이 보낸 게 아니다”고 밝혔다. 오전 중에 온 조화는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씨와 생전 박 전 대통령과 얽히고설킨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76년 전씨가 당시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퍼스트레이디 대행'이었다.
1979년 10·26 사태 직후 합동수사본부장이던 전씨는 청와대 금고에서 찾은 6억원을 선친을 여윈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 6억원은 2012년 18대 대선 TV토론에서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받은 것인데 저는 자식도 없고 아무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가 정권을 잡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악연'으로 이어졌다.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정통성이 없었던 5공 정부가 민심을 얻기 위해 박정희 정권과의 선 긋기에 나서면서다.
이후 6년간 박 전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식도 공개적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18년간 사실상 은둔의 삶을 살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8월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로 선출됐을 때 취임 인사차 연희동 자택으로 전씨를 찾아간 바 있다. 이후 특별한 교류가 없던 두 사람은 2013년 2월 25일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해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씨를 겨냥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전씨에 대해 미납 추징금 환수 의지를 강하게 밝혔고, 검찰은 전씨의 연희동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별다른 접촉이 없던 두 사람의 돌고 도는 악연은 전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끝이 나게 됐다.
husn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