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백담사 가기 전 성명서에서 미안하다는 뜻 밝혔다" 주장
성명서에서 삼청교육대·인권침해 등에 대해 "사과드린다"
5·18 언급하면서는 "가슴 아프다" "상처 치유 못 해 후회" 표현만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연희동 전씨의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광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죄의 뜻은)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했다)"며 "오늘이 33년 전 백담사 간 날인데 그날 여기서 성명 발표하고 피해자에게도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언제 어떻게 공수부대를 지휘했고 발포 명령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지 무조건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것은 질문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포 명령 여부는 차치하고, 민 전 비서관의 말대로 전씨는 생전 5·18 희생자나 유족에 대해 미안하다는 의사를 밝혔을까.
민 전 비서관이 언급한 백담사 행 직전 성명을 확인해봤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
1988년 11월 23일 전씨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연희동 사저를 떠나 설악산 백담사로 향했다.
성명에서 전씨는 "본인이 재임했던 기간에 있었던 모든 국정의 과오는, 그것이 누구에 의해 착안됐고 어느 기관의 실무자가 시행한 것이건 간에 모두가 최종 결정권자이며 감독권자인 바로 이 사람에게 그 책임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잘못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심판도 제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와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본인이 국정을 맡고 있던 기간 중에 빚어진 많은 비리와 과오가 지적됐다"며 "그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이 고통과 피해를 당한 삼청교육대 사건과 공직자·언론인 해직 문제, 인권침해 사례 등의 실상이 파헤쳐지는 것을 저도 아픈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씨는 삼청교육대 등 앞서 언급한 일들에 대해 '시행착오'라고 인정하며 "국민의 기본적인 권익을 침해한 이러한 사례 등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기회를 빌어 피해 당사자 한분 한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두환 사망 뉴스' 지켜보는 광주시민 |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언급은 이 뒤에 나온다.
이어 "그 후 대통령이 된 뒤에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후회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과 한이 조금이라도 풀어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재임 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폭넓게 사과했지만, 이와 별도로 언급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사과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전씨 성명의 대부분은 친인척 비리에 대한 사과와 정치자금에 대한 해명 등이 차지하고 있다.
끝내 받지 못한 사죄 |
전씨가 5·18 유혈진압에 대해 취한 태도는 이후 전씨의 발언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고 발언했고,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는 "내가 광주에 내려갔다면 작전 지휘를 받아야 했을 현지 지휘관들만큼은 나를 만났거나 봤어야 했는데 그런 증언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회고록에서는 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전두환, 5·18 사과 없이 사망 |
전씨가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했다는 민 전 비서관의 발언과 관련해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견강부회"라고 일축했다.
조 이사는 "사과했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본인에게 추궁되는 죄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며 "5·18과 관련해서 피해를 보고 희생을 당한 분들에게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고, 살아생전에 묘지를 찾는 등 얼마든지 진솔한 사죄를 할 수 있었는데 본인이 그 기회를 안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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