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의무자 사망시 추징금 집행불능
제3자 명의 재산 찾으면 몰수할 수도
검찰 “추가 환수 법리 검토 중” 밝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씨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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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군사반란과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금 956억원을 내지 않고 23일 사망했다. 검찰이 추징금의 절반밖에 환수하지 못했지만 나머지를 받아낼 방법이 불투명해졌다.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도 항소심이 공소기각 결정을 하면 1심 유죄 판결까지 효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진승)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검찰은 전씨의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약 57%인 1249억원을 환수했다. 미납 추징금은 956억원이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전씨의 재산 1235억원을 환수했고 올해 14억원을 추가 집행했다. 지난 7월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공사로부터 3억5000만원을 추징했고, 지난 8월 전씨 일가가 소유한 임야를 공매에 넘겨 10억원을 받아냈다.
검찰이 전씨의 미납 추징금 956억원을 환수할 가능성은 낮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추징은 납무 의무자 명의의 재산이 대상이라 그가 사망하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추징금은 재산과 달리 타인에게 상속되거나 양도되지 않는다. 법무부령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에 따르면 추징금·벌금·과료의 납부 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가 집행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
검찰이 전씨가 제3자의 명의로 숨겨둔 재산을 찾아 몰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부패재산몰수법과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르면 불법 재산을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 다만 재산을 받은 사람이 범죄수익 정황을 알고 받았거나 현저한 저가로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추가 환수 여부 등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범죄수익환수부에서 관련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1997년 4월 군형법상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선고 직후 전씨 재산 313억원을 찾아내 추징했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전씨는 2003년 4월 재산목록 명시 관련 재판에 출석해 “예금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판사가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느냐”고 묻자 “전직 대통령에게는 무료”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019년 11월 임한솔 당시 정의당 부대표가 강원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전씨를 만나 미납 추징금에 대해 추궁하자 “자네가 대신 좀 내 주라”고 했다.
전씨의 사망으로 그의 재판도 공소기각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이 지난해 11월 전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전씨는 항소했다. 항소심은 오는 29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기각 결정을 해야 한다. 1심의 유죄 판결도 효력을 잃는다.
허진무·박용필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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