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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전두환 사망] "사과 없이 천수 누리고 죽어 원통"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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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서울=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사진은 1979년 11월 6일 전두환 당시 계엄사 합동 수사 본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사건 관련 발표를 하는 모습. 2021.11.23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사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일언반구 없이 천수를 누리고 죽은 게 원통하고 화가 납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모임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박정희, 전두환 집권기를 포함한 1975∼1987년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감금·강제노역·암매장 등을 자행한 국가폭력 사건이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도시 정화를 명분으로 길거리에 있는 부랑자를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공무원 등은 부랑인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되면 소리소문없이 연행해 시설에 강제 수용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 사건의 피해자만 5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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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형제복지원 수용자 신상기록카드
[부산사회복지연대 제공]


한종선 대표는 "전두환이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사과라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충분한 죗값을 치르지 않은 것에 대해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당당하게 잘 사는 이런 행태는 잘못된 것"이라며 "잘못을 저질러도 지지하고 믿어주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 역시 인간으로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에게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초 기대도 적었다고 한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처럼 큰 사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기대를 안 한 것도 사실"이라며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죄가 있어야 그 이외 사건도 수순에 따라 논의가 될 텐데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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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앞에 주저앉아
사진은 지난 3월 11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고(故)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비상상고가 기각되자 법정에서 나온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지금이라도 전두환 측근이 진실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시 전두환을 비호하던 측근이나 정치권에 남아있는 세력이 사과해야 한다"며 "부랑인으로 낙인찍고 억눌렀던 수용소가 우리에게 했던 짓을 끝까지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1호 사건으로 접수돼 진상규명을 진행 중이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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