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비축유 방출 움직임에 OPEC+ 대항 시사
양측 대립 양상에 따라 유가 변동성 커질 듯
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반발, 산유국과 소비국간 대립이 불가피해져 최근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국제유가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주목된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관계자는 전략적 비축유 방출이 현재 석유시장 여건에 비춰 정당화될 수 없다며 다음 달 2일 예정된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전략적 비축유 방출 계획에 맞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르면 23일 비축유 방출 방침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출 규모는 3천500만 배럴 이상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에 전략적 비축유 방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은 세계 4대 석유 소비 대국이다. 석유 소비국이 산유국과 국제 유가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형국인 셈이다.
현재 미국의 요청을 받은 나라들은 비축유 방출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이미 비축유를 방출하고 있다. 단,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자체 계획에 따른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도 측은 이날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23일엔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지난 19일 미국 등과 협력해 비축유 방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국내 상황과 함께 방출 요청을 받은 다른 국가의 움직임 등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미국이 세계 주요국을 규합해 전략적 비축유를 일제히 방출한다는 이례적인 강경책을 꺼내 든 것은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증산 요구를 OPEC+가 거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실세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로 가 증산을 요청했음에도 이달 4일 OPEC+는 종전의 증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당시 성명에서 "OPEC+가 증산을 가속하기를 거부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미국은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미국은 전략적 비축유 방출을 검토한다고 말을 흘리면서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관계가 껄끄러운 중국까지 참전을 요청하는 물밑 작업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비축유 합동 방출을 끌어낸다면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앞서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사우디와 러시아 간 이른바 '유가 전쟁'을 중재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움직임에 국제 유가가 최근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향후 어떤 흐름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달 80달러를 웃돌며 급등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70달러대 중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OPEC+ 대응 여부에 따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당장 OPEC+가 전략적 비축유 방침에 반발하며 증산 계획을 재고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날 WTI는 배럴달 76.75달러로 1.07%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각국의 재봉쇄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봉쇄령이 내려지면 교통과 경제활동이 줄어 석유 수요가 급감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닫고 봉쇄령을 내림에 따라 국제 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진 바 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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