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민주진영 첫 공식초청…시민단체 "경찰 인터폴 참석, 군정 합법화"
인터폴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10개월째로 접어드는 미얀마에서 군정과 반군부 민주진영이 각각 국제행사에 참석, 자신들이 미얀마를 대표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정을 얻기 위한 외교전의 일환이다.
23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이날부터 사흘간 진행하는 기후 및 재난 관련 국제회의에 국민통합정부(NUG)의 투 컹 천연자원·환경보호부 장관을 미얀마 대표로 공식 초청했다.
NUG는 쿠데타 1개월여만인 지난 4월 중순 구성된 반군부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다.
아세안이 자신들이 주최하는 국제행사에 NUG 장관을 공식 대표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특히 이번 초청은 지난 10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이어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쿠데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이 아세안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나와 더 주목된다.
아세안은 지난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나온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쿠데타 사태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을 군정이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흘라잉 사령관을 배제한 뒤 중-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흘라잉 사령관과는 별도로 군정 장관들은 아세안 관련 행사에도 초청받아 참석해왔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그러나 이번 기후·재난 국제행사 참석자 명단에는 군정 장관의 이름은 없고, 투 컹 장관이 '미얀마 장관'이라는 직함으로 올라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이번 초청은 아세안이 군정에 반대하는 민주 진영인 NUG와 공식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아세안의 공식 초청을 받는 투 컹 NUG 천연자원·환경보호부 장관 |
컹 장관은 매체에 "이번 초청을 아세안이 NUG를 미얀마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의에서 미얀마 장관으로서 다른 아세안 국가 장관들과 논의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그게 NUG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미얀마 군정의 경찰 총수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회에 참석한다.
내무부 차관을 겸한 딴 흘라잉 경찰청장이 이날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인터폴 총회에 참석한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흘라잉 경찰청장은 쿠데타 이후 경찰의 유혈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미국,영국,유럽연합(EU),캐나다는 그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그는 최근에는 반군부 무장투쟁이 강한 북부와 중부, 그리고 서부 지역을 총괄하는 사령관으로도 임명되기도 했다.
흘라잉 청장의 인터폴 총회 참석에 대해 미얀마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인권을 위한 아세안 의원들'(APHR)을 포함한 국내외 250개 시민·인권단체는 전날 인터폴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군정 인사의 참석은 인터폴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군사 정권을 합법화하는 대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진행 중인 로힝야 학살 범죄 조사와, 미얀마 내 인권침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게 될 미래의 조사를 지지해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단체 '프로그레시브 보이스'의 킨 오마르는 "미얀마 경찰은 범죄조직 구성원이자 인권침해 가해자인 군사정권의 직접적 지휘를 받고 있다"면서 총회 참석을 허용하면 이들은 계속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sout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