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케냐 등 3개국 순방 영향 '제한적'…내전 에티오피아 방문 안해 아쉬워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떠나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미국이 다시 아프리카에 돌아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케냐,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전한 메시지다.
아프리카를 대놓고 비하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조 바이든 행정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는 아프리카는 '무주공산'이 아니다.
이미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대형 인프라 투자 등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곳이다.
AP통신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문한 곳은 중국의 고가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거나(케냐 나이로비) 거대한 중국 상공회의소 본부가 자리하고 있으며(나이지리아 아부자) 10일 내로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 포럼이 예정된 곳(세네갈 다카르)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그의 행보와 영향력은 이 같은 중국의 그늘에 가려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역내 기구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아프리카는 더는 지정학의 주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중국과 해묵은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장(場)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순방 기간 그의 메시지는 일관되게 중국을 겨냥했다.
나이지리아에서 21억 달러(약 2조5천억 원), 세네갈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미국 기업 투자를 체결하면서 그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계약은 강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상대방에게 선택을 강제하지 않고 여러 선택지를 준 다음 올바른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아프리카에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안기면서 개발 원조를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은연중에 중국은 상대방에게 강압적인데다 아프리카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안긴다면서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말로는 아프리카가 미·중 간 구시대적 경쟁의 장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그러한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아프리카를 착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하면서 미국은 그와 달리 현지 일자리 창출과 환경, 노동권 등을 중시한다는 식으로 차별화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아프리카 입장에서 중국보다 미국 기업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블링컨 장관의 주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남아공 현지에서 30년 동안 생활한 교민 기업가는 22일 대표적인 중국 기업 화웨이의 경우 남아공에 투자해도 운전기사까지 중국 사람을 갖다 쓴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만 해도 현지 채용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리카에 중국과 미국 중 '네 편 아니면 내 편' 식으로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떳떳하게 미국의 장점으로 아프리카의 마음을 사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언론은 블링컨의 발언 중에서 주로 빚 부담 없다는 미국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세네갈 외무장관은 "우리는 선택지가 많다"면서도 자기 나라 입장에서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주체적으로 선택을 해 나갈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번 순방 기간 블링컨 장관은 1년 넘게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 내전 사태와 최근 수단 쿠데타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정 복귀를 가는 곳마다 촉구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왜 그가 에티오피아와 수단을 직접 방문해 '담대한 외교'를 펼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정 불간섭주의를 표방한 중국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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