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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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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검증, 대립과 혐오…대선 정국 움직이는 커뮤니티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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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실언·실책 포착, 당원투표 독려 등
대선 후보 검증 수행하는 역할

진영별 후보별 여론 결집하며
정치 양극화 강화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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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 에서 홍준표 의원이 낙선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FM코리아 이용자들이 결과에 불만을 품고 국민의힘 탈당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있다. FM코리아 정치시사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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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주자들이 맞붙은 지난 경선 기간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들도 유례 없는 격전을 벌였다. 과거 ‘보수 대 진보’의 이분법 구도로 충돌했던 커뮤니티들이 이번엔 각 진영 안에서 후보별로 분화했다. 커뮤니티들마다 주자별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이용자들은 한층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경선 기간 여러 논란들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산·유통·소비됐다. 기성 언론들이 포착 못한 후보들의 실언·실책을 잡아냈고, 당원투표 독려 같은 집단행동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이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한다’는 취지의 커뮤니티 글을 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선 기간 ‘위장당원’ 주장을 펼치며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내세웠다. 부차적인 요소로 인식됐던 커뮤니티 여론이 선거판 전면으로 올라온 모양새다. 경선 기간 커뮤니티 여론을 살피지 않는 후보는 없었다. 커뮤니티의 정치 공론장 역할이 전에 없이 커지면서, 도리어 대선 주자들이 커뮤니티 여론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최근 몇년 새 연령별·성별 갈등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드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혐오의 정치를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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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경선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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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대전

스포츠, 패션, 게임, 주식, 정보기술(IT) 등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이 웹상에서 한데 모인 공간이 인터넷 커뮤니티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대거 등장해 인터넷 성장과 함께 대형화했다.

이용자들은 게시판 글과 댓글로 소통한다.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개 글이 올라오고, 글마다 많게는 수백개 댓글이 달린다. 정치는 빼놓을 수 없는 뜨거운 대화 주제다. 정치 이야기는 보통 커뮤니티별 자유게시판이나 정치게시판에서 오간다. 정치 이야기를 두고 이용자들 충돌이 잦아지면서 아예 이 주제의 게시판을 따로 분리한 곳들도 있다.

‘FM코리아’는 축구 게임 ‘풋볼매니저’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다. 2030세대 남성 이용자가 많다.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바람의 진원지가 이곳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들의 지지 바람을 타고 상승세를 만든 뒤 경선 막판 추격전을 벌였다.

올초만 해도 ‘홍산가리(홍준표+청산가리)’라는 멸칭으로 불리곤 했던 홍 의원은 이준석 대표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FM코리아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앞선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드롬’을 이끌어낸 이들도 이곳 젊은 남성들이었다. 홍 의원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재평가 받았고, 여성가족부 통합·할당제 점진적 폐지와 같은 공약도 이곳 이용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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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찻집에서 회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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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이 강한 또다른 커뮤니티인 ‘MLB파크’는 윤석열 후보 지지세가 두드러졌다. 이곳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이야기를 하는 공간으로 30~40대 남성들이 주 이용층이다. 대표적인 친여권 커뮤니티로 분류됐지만, ‘조국 사건’ 등을 거치며 여론 지형이 180도 뒤집어졌다. 지금은 정권교체 여론이 가장 강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MLB파크의 윤 후보 지지 흐름에는 당장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평가된 점, FM코리아에 비해 이용자 연령대가 높아 이 대표 지지와 일체감이 덜한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당 등을 둘러싸고 이 대표와 윤 후보가 갈등하던 시기 MLB파크는 대체로 윤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FM코리아는 윤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했고, 반대 급부로 홍 의원 지지세가 확고해졌다.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주자별 호오가 엇갈렸다. ‘클리앙’, ‘딴지일보’, ‘보배드림’ 등은 ‘친이재명’으로 결집했다. ‘루리웹’이나 여성 이용자들이 많은 커뮤니티는 ‘친이낙연’ 여론이 강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전국 순회 경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리했던 지난 9월 광주·전남 경선 결과 발표 이후 루리웹에는 “이낙연의 대선 대서사시가 쓰여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계단까지 꽉 찬 이낙연 후보님 지지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경선장 응원전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3차 선거인단 개표에서 이 전 대표가 압승을 거둔 이후 루리웹 이용자들은 ‘무효표 논란’과 관련해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문 정서가 특히 두드러지는 ‘클리앙’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세가 컸다. 이 전 대표가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사면론을 꺼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경선 무대, 전면 등장한 인터넷 커뮤니티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단순 관전자가 아니다. 이들은 경쟁 후보의 실언과 실책을 포착하는 데 열성적으로 움직였다. 인터넷 여론전을 위해 다른 커뮤니티 ‘원정’에 나서는 모습이 종종 포착돼 ‘밭갈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경쟁 후보 지지 커뮤니티에 조직적으로 글과 댓글을 달아 여론 흐름을 바꾸려 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중고상품 거래 커뮤니티 ‘뽐뿌’에서 촉발했다. 대선 주자 토론회 도중 잠시 스쳐간 중계 화면을 ‘뽐뿌’가 포착했다. ‘당 해체’ 발언 논란은 FM코리아가 적극 띄웠다. 윤 후보가 지난달 13일 제주도당 행사에서 경쟁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했지만 별다른 조명 없이 발언이 묻혔다. 이후 FM코리아 게시판에 윤 후보 발언 영상이 올라오고, 기성 언론이 뒤늦게 보도에 나서며 논란이 본격화했다.

대표적인 친여 커뮤니티인 클리앙은 ‘가짜 돈다발’ 논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8일 이 후보가 출석한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조직 폭력배가 이 후보에게 전달한 돈’이라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던 상황을 클리앙이 정리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돈다발 사진이 과거 다른 SNS에 올라온 사진이라는 내용의 글이 근거 자료와 함께 게시됐다. 민주당은 클리앙 글을 토대로 돈다발 사진 자체가 가짜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대장동 게이트 관련 국감 총공세를 다짐했던 국민의힘의 계획이 인터넷 커뮤니티발 역공에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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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석한 가운데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돈다발’ 사진이 가짜라는 것을 밝힌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의 게시글. 8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김 의원을 조롱·비판하는 댓글이 200개 가까이 달렸다. 클리앙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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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도 예의주시, 커져버린 존재감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일 SNS에 ‘홍카단(홍카콜라단. 홍준표 지지자라는 의미)이 후보님께 드리는 글’을 공유했다. 앞서 8일에는 당 중앙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FM코리아)에 모여 홍(준표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10일 글은 DC인사이드, 8일 글은 딴지일보에 각각 올라온 것이다. 젊은 남성들이 홍 의원을 지지한 요인을 ‘안티 페미니즘’에서 찾으면서, 이 후보와 민주당 또한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경선기간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위장당원’ 주장을 제기했다. 방송 토론 중 위장당원 주장에 근거가 있느냐는 유승민 전 의원 질문에 윤 후보는 A4 용지를 들어보이며 “증거가 여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국힘(국민의힘) 갤러리에도 민주당, 친여 성향 지지자분들이 상당히 이중가입을 하면서, 언제까지 하면 누구 찍을 수 있냐 이런 (글이 많다)”고 했다. DC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글을 위장당원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이 후보의 커뮤니티 글 공유는 ‘안티 페미니즘’ 논란을 불렀다. 윤 후보의 위장당원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논란과 별개로 두 장면은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 여론이 정치 전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일찌감치 대선 선대위를 꾸린 민주당은 적극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후보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온라인소통단’을 선대위에 설치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젊은 남성들과 소통하겠다며 FM코리아 회원 가입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김 의원이 친여 커뮤니티인 ‘딴지일보’ 게시판에 FM코리아 활동을 시작하겠다며 회원 가입에 동참해달라는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친여 성향 이용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밭갈이’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 측도 인터넷 커뮤니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경선 기간 커뮤니티발 ‘무야홍’ 바람에 일방적으로 휘둘렸다는 판단이다. 특히 2030 남성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관건이다. FM코리아에서는 경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졌다. 경선 당일인 지난 5일부터 19일 현재까지 ‘탈당 인증’ 글 800여개가 올라와 있다. 윤 후보 측 한 관계자는 “경선 기간에는 커뮤니티 여론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생기면 논평을 내는 정도 이상은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선대위가 꾸려지면 보다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대표가 경선 직후부터 이들의 집단 탈당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커뮤니티 남성들의 민심을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로도 해석됐다.

■커뮤니티 정치학, 빛과 그림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진영간 여론전은 이번 대선 들어 한층 더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의 일탈 정도로 치부됐던 보수 성향 젊은 남성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공간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가짜 돈다발 논란에서 보듯 인터넷 커뮤니티는 대선 후보들의 검증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한편으로 진영별, 후보별로 각 커뮤니티 여론이 결집하면서 정치 양극화를 강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커뮤니티는 여야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공론장이라기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절대적 지지와 경쟁 후보에 대한 혐오의 장에 가깝다. 원색적인 수위의 비난과 비판이 특히 부각되고 호응을 얻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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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82cook’ 자유게시판에 지난 15일 올라온 글들. 친여 성향이 강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작지 않다. 82cook 자유게시판 캡처


2030세대 남성 커뮤니티가 두드러지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소외된다는 점도 고민지점이다. 여초 커뮤니티 민심은 여야 경선이 모두 끝난 지금 표류하고 있다. 여초 커뮤니티 대표주자격인 ‘여성시대’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대안을 찾자는 여론이 많다. 소울드레서, 쭉빵카페, 82cook 등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세가 여전히 강하다. 이 전 대표로 민주당 후보를 교체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2번’ 후보(윤석열)를 뽑아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게시글도 이어진다. 그러나 경선 기간 집단행동을 불사하던 남초 커뮤니티에 비해 여초 커뮤니티의 여론은 좀처럼 표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재명과 윤석열, 여야 두 후보 모두를 ‘비토’하고 있는 여성층 전반의 여론과 닮은 상황이다.

여야 후보들도 당장 뚜렷하게 보이는 남초 커뮤니티의 민심을 먼저 살피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여성가족부 기능 조정을 제안했다. 야권 후보들이 경선 기간 경쟁했던 여가부 때리기에 이 후보까지 동참한 모양새다. 이 후보가 ‘안티 페미니즘’ 논조의 커뮤니티 글을 잇달아 소개한 것을 두고도 남성 편향 행보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는 앞서 경선 기간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할당제 폐지, 성폭력특별법 ‘무고’ 조항 신설과 같은 공약도 내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통화에서 “대선 주자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청년 남성들이 갖고 있는 적대적 불만만 강화시켜 감정 대립만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젠더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갈등 조정은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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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용·탁지영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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