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선대위도 기존 인사 유지…조직 확대 개편
김, 인사 상징성 강조…주도권 확보 위해 간소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된 지 2주 가까이 됐지만 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은 아직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선대위 인선에 대한 의견 차이가 그 원인이다. 두 사람 사이 갈등은 정치 스타일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사실상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반문재인 연대를 기치로 내걸고 최대한 덩어리를 키우는 ‘물량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각 인사를 하나의 메시지로 보고 상징성을 강조한다. 조직을 슬림화해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기민하게 움직이려고도 한다. 이 같은 정반대 스타일로 인해 확대개편이냐 구조조정이냐를 두고 벌어진 줄다리기는 필연이었던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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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정치’ 윤석열
정치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지만 윤 후보의 인사 스타일은 확고한 편이다. 한 번 캠프에 합류한 인사는 내치지 않는다. 윤 후보는 지난 7월말 ‘김종인 키즈’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캠프에 합류해 있던 일부 인사들이 이탈하자 윤 후보는 이들을 직접 설득해 다시 캠프에 합류토록 했다.
이 같은 기조는 일부 말실수나 논란을 야기한 인사라도 내치지 않는 것으로도 연결된다. 이준석 대표를 향한 ‘탄핵’ 발언을 한 신지호 정무실장, 손바닥 ‘왕자’ 논란을 해명하다가 ‘왕뚜껑’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김용남 공보특보 모두 징계성 인사 조치는 없었다. 장제원 의원도 아들 문제로 결국 캠프 직책을 내려놓았으나, 윤 후보는 이를 끝까지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18일 “검찰 시절의 스타일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검찰은 잘못하더라도 전보를 보낼 뿐이지 자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는 대선 출마를 결심한 시절부터 압도적 정권교체를 원해왔고 그걸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결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타일은 선대위 구성을 두고도 드러난다. 윤 후보는 기존 캠프 인사들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해 확대개편하려고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갈등이 있음에도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캠프 핵심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려고 하고 있고,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도 모두 흡수하려고 한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우수한 분들을 다 영입해 (선대위 구성을)해야한다”며 “대선에서 이기는데 너는 되고 너는 안 되고 그렇게 할 분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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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도 메시지’ 김종인
김종인 전 위원장은 조직을 슬림화하고 인사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비대위를 꾸릴 때도 중진 의원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초재선 의원들과 청년들을 비대위에 앉혔다. 표면적으로는 쇄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이와 함께 자신이 전권을 가지고 기민하게 비대위를 움직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실제로 ‘김종인 비대위’는 김 전 위원장의 의사대로 움직였고 비대위 내 이견도 표출된 바가 없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서 김 전 위원장의 자서전 내용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 선대위에서 (김 전 위원장)본인이 박근혜 대통령과 딜(의견 정리)을 하고 나면 나중에 꼭 박 대통령이 8명, 9명 되는 사람 데리고 와 가지고 자기 의견을 뒤집었다, 이런 대목이 있다. (그 경험이) 굉장히 강하게 각인되신 것”이라고 했다. 의사 결정의 신속성을 위해 조직 내 이견을 최대한 적게 만드는 선대위 구성을 원한다는 의미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기본소득’ 등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져 이슈 주도권을 잡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조직 내 반대 의견을 부른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최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조직을 간소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이 현재 선대위 인선을 두고 반대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자신과 갈등을 벌였던 이들이다. 장제원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시절 김 전 위원장 저격수로 불릴 만큼 여러 비판을 쏟아냈고, 김병준 전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 받은 바 있다.
두 사람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 과정을 두고 “당내에선 보수적인 색채를 가진 사람들로 다 채우고, 민주계열은 영향가 없는 사람들만 합류하고 있어서 임팩트가 없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과의 이견을 두고 “후보를 위해서 움직여야지, 개인적인 선호가 반영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순봉·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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