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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집앞에서 기다리고 따라가고…취재여도 스토킹 행위일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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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으로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면 '스토킹'

법조계 "국민의 알권리 위한 일반적인 취재는 스토킹으로 보긴 어려워"

"과도한 취재로 인권 침해 등이 있었다면 제한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씨를 취재하던 언론사 취재진 5명에게 스토킹 행위 경고 조치를 한 것을 두고 기자의 취재 행위를 스토킹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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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선대위 출범식 참석하는 이재명 부부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경기 분당경찰서는 15일 오후 김씨 자택 인근에서 취재하던 5명에 대해 스토킹 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경고 조치하고 돌려보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는 "기자가 취재를 위해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게 스토킹이냐" "기자가 취재하는 게 언제부터 스토킹이 됐냐" 등의 비난이 제기되는 한편 "몰래 따라다니며 흠집 낼 만한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려는 목적 아니냐" "어떤 게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지 기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등의 주장도 나왔다.

올해 4월 20일 제정돼 10월 21일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어떤 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나 직장, 학교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스토킹처벌법은 이 같은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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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CG)
[연합뉴스TV 제공]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은 해당 기자들이 취재 차량임이 표기되지 않은 렌터카 4대를 이용해 자택 인근에서 기다리다 김씨가 이동하자 차량으로 따라붙는 행위 등을 해 스토킹 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애초 스토킹 행위로 판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가 이후 논란이 되자 "신원을 알 수 없는 차들이 2시간 넘게 미행하고 있다"는 112 신고 내용과 취재진의 행위, 스토킹 행위 판단 이유 등을 공개했다.

황채원 경기 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당시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취재 방식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기자 신분이나 취재 목적을 밝히지 않고 2시간 동안 미행이 지속됐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기 어려운 정황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황 과장은 "일반적인 취재 방식이나 취재 목적이라면 스토킹이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고 스토킹 범죄에 이르기 전의 스토킹 행위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고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언론사는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 취재였다며 스토킹으로 폄훼하는 데 유감을 표했다.

법조계 등에서는 대체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기자의 일반적인 취재 행위 자체는 스토킹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취재에 대한 의견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언론사의 취재 방식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스토킹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라다니거나 하는 행위인데 국민의 알 권리나 보도의 자유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에 취재 행위가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도 "대선 후보의 부인이면 공인이고 공인에 대한 근황을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며 "과도하게 취재할 경우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지만 이를 스토킹처벌법으로 얘기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이어 "다만 아무리 공인이어도 최소한의 인권은 있고, 기자라고 해서 이를 무시하고 보도할 권리가 있지는 않다"며 "해당 취재진이 보도하는 방식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 균형을 맞췄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재 행위가 너무 과도하게 이뤄져서 실제로 여러 가지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모든 취재 행위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 형량의 범위를 넘어서 과도하게 했다는 게 인정돼야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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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감시·훔쳐보기(PG)
[이태호 제작] 일러스트


스토킹 행위를 규정하는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문구에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취재 행위뿐 아니라 시위 행위도 때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나 표현의 자유 등과 같은 정당한 이유로 볼 수 있을지 해석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취재나 시위 행위와 같이 실제로 경계에 있는 행위가 있다"며 "그런 부분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이 '정당한 이유'인데 경찰이 정당한 이유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지금은 불확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어 "'정당한 이유'에 관련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관련 사례가 누적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고, 기준을 공공에 제시하고 그게 합리적인지를 서로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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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급증(CG)
[연합뉴스TV 제공]


이와 더불어 현행법에 스토킹 행위의 '목적성'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도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로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스토킹처벌법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인천에서는 조카가 사는 아파트에 이틀 연속으로 찾아가 현관문을 계속 두드린 50대 부부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서울에서는 말싸움을 벌인 식당 주인을 지속해서 괴롭힌 남성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2000년부터 시행된 일본의 스토커 규제법은 '특정인에 대해 연애 감정, 기타 호의의 감정 또는 그것이 충족되지 못한 것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충족시킬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양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에는 이성에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등의 목적이 명시돼 있는데 우리나라의 스토킹처벌법에는 목적 조항이 없어서 사안마다 사실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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