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정익중 교수 연구팀, 아동 일상변화 연구
“코로나 이후 가정돌봄 과부하…아동학대 우려 커져”
부모는 식사, 학습, 돌봄 부담 과중…학교 적응 우려
아동은 친구와의 단절, 운동 부족, 미디어 사용↑
부모·아동 함께 하는 시간 길어 갈등·다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지난 7월14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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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아동을 가정에서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 우려가 커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연구팀의 ‘아동과 부모의 경험을 통해 본 코로나19 이후 아동 일상 변화에 대한 질적 연구’ 논문이 최근 ‘사회과학연구’ 학술지에 실렸다. 이 논문은 코로나 이후 아동의 일상 변화에 대한 인식에 대해 당사자인 아동과 돌봄 의무자인 부모를 직접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동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늦잠 자기 등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휴대전화와 미디어 사용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출이나 친구와의 만남이 제한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료함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부모는 코로나 이후 식사와 학습, 돌봄 모두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 아동의 불규칙한 생활패턴의 고착화와 일상회복 이후 학교에 대한 적응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아동과 부모가 가정 내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갈등과 다툼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관점에서 갈등이 늘어난 원인은 코로나 이전 무상급식으로 지원되던 아동의 식사가 온전히 가정의 몫이 되면서 ‘돌(아서면)밥(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끝없는 가사노동에 아동의 온라인학습까지 돌봐 주어야 하는 쉼 없는 고된 일상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한편 아동의 관점에서는 친구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 외부 활동과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우려, 늘어난 미디어 사용 시간으로 인한 부모와의 불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줄었음에도 혼자 해내야 하는 온라인 학습의 과제나 오히려 늘어난 학원의 학습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부모의 스트레스와 훈육, 학업을 이유로 행해지기 쉽고,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져 이웃들의 신고로 발견되기 어려운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아동-부모 간 다툼과 갈등 증가는 아동학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정익중 교수팀은 밝혔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고, 코로나 감염 예방을 이유로 등교수업이 대폭 축소되면서 아동학대가 학교에서 조기 발견될 수 있는 기회 또한 크게 줄었다. 가정 내에서 학대에 노출되는 아동들이 잠시나마 대피처 역할을 해 주었던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됨으로써 코로나19 이후 학대에 더 빈번하게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돌봄 제공자인 성인의 시각에서만 재난돌봄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성인과 동등하게 반영함으로써 아동 중심의 시각을 제시했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내 아동학대 문제는 학교 등교수업이 정상화가 되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단순히 학습만을 지도하는 곳이 아니라 아동의 규칙적인 일상을 지도하고, 돌봄의 많은 부분을 분담해 주는 돌봄 지원 공간이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건강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사회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인 정익중 교수는 “재난상황에서도 학교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아동과 학부모의 의견수렴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포함한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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