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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에 소변 누는 그림" 초등생 포스터까지…'반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시아경제 임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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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에 소변 누는 그림" 초등생 포스터까지…'반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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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냉각 이후 양국 국민 정서도 악화
日 수출 규제 이후 국내선 '반일 감정' 커져
"일본 호감 안 간다" 답변 국민 77% 육박
'노 재팬' 등 불매 운동 확산하기도
편집자주기사 본문 중 최근 개봉한 영화 '이터널스'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둘러싼 반일 감정 논란 사례로, 아직 영화를 관람하시지 않은 분은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국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초등학생들의 '반일 포스터'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국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초등학생들의 '반일 포스터'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부터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까지, 한일 관계가 잇따라 파열음을 내면서 양국 국민들의 감정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노골적인 혐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국내에선 '반일 감정'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반일 감정은 다양한 집단 행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노 재팬(No Japan)'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이번엔 초등학생들이 그린 노골적인 '반일 포스터'가 온라인 공간에 올라왔다.

"일본 무찌르자" 초등생 포스터도 '반일'

최근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랑스러운 초등학생들의 작품세계'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초등학생들이 그린 포스터를 찍은 사진 모음으로, 포스터들은 모두 '반일(反日)'을 주제로 했다.

사진을 보면 "쪽X이(일본인을 비하해 부르는 말) 다 죽여버리겠다", "일본을 무찌르자" 등 원색적인 모욕 표현이 담긴 문구가 적혀 있는가 하면, 일장기를 향해 소변을 누는 모습이나 발로 밟는 모습, 칼로 찌르는 모습 등이 그림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이 그린 포스터를 본 시민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일각에선 "자랑스럽다", "미래가 기대된다", "일본인들에게 복수해 달라" 등 옹호하는 반응이 나왔으나, 또 다른 누리꾼들은 "너무 폭력적이다", "정서적 학대 아닌가", "아이들에게 혐오 감정을 가르쳐서 이로울 게 뭐가 있겠나" 등 우려를 표했다.

한일 관계 균열 잇따르자 시민들 '반일 감정' 커져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무역 갈등 등 최근 한일 관계가 경직된 가운데, 양국 시민들의 감정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민들이 반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미국 영화에까지 불똥이 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마블 시리즈 영화 '이터널스'의 각본을 쓴 일본계 미국인 작가 매튜 퍼포의 발언 때문이다.


미국 영화인 '이터널스' 각본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원폭 투하에 대해 "인류 최대의 실패"라고 비판했다가 일부 국내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사진은 '이터널스'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국 영화인 '이터널스' 각본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원폭 투하에 대해 "인류 최대의 실패"라고 비판했다가 일부 국내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사진은 '이터널스'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 영화에서는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장면이 묘사됐는데, 이에 대해 퍼포는 "관객들이 그 문제(원폭)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 (장면을 넣었다)"라며 "(히로시마 원폭은) 인류 최대의 실패이자 인류가 한계점을 넘은 시기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각본가의 언급에 대해 일부 국내 누리꾼들은 크게 반발했다. 미국의 원폭 투하 이후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했기 때문에 한국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이 사건을 비극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다분히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이다.

이전에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 운동을 통해 반일 감정이 분출됐다. 지난 2019년 7월 일부 국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매출에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전북 김제 한 골프장에서 일본에서 만든 차량의 출입을 전면 제한할 것을 공지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이 골프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일제의 핍박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신 조상들의 공로를 잊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민 77% "일본 호감 안 간다"…2005년 이후 최악

한일 양국의 외교 관계는 최근 급격히 냉각돼 왔다.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일제 강점기 시절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지만, 이후 3년이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양국 사이 긴장감이 커졌다.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인 '노 재팬' 운동은 지난 2019년 본격화됐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인 '노 재팬' 운동은 지난 2019년 본격화됐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런가 하면 1년 뒤인 2019년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마찰이 더욱 심해졌다. 일본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노 재팬 운동 또한 이와 맞물려 벌어진 것이다.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도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연구소'가 성인 7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변한 국민 비율은 전체 중 77%에 육박해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67%에 달했다.

"日 먼저 반성해야" vs "가장 친숙한 이웃"

그러나 반일 감정이 지속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 등에 반성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가장 가까운 이웃 중 하나인 만큼 화해를 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2년째 노 재팬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20대 A씨는 "위안부 보상 문제부터 수출 규제까지 따지고 보면 결국 일본 정부가 분쟁의 씨앗이 된 게 아니냐"며 "가해자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데 피해자가 용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일본 정부가 먼저 공식 사과를 하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원 B(33)씨는 "역사적으로는 껄끄럽다고 해도, 한국인과 일본인은 양국 문화에 가장 친숙한 이웃들 아닌가"라며 "또 경제적으로도 서로 의존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두 나라의 역사적 인식에 차이가 있더라도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진 만큼, 훗날 한일 관계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김대중 정권 당시 문화개방 이후 한일 국민들의 사이는 사실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편"이라며 "두 나라의 콘텐츠는 상호 인기를 끌고 있고, 민간 단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양국 관계의 증진을 막는 것은 정부 사이의 갈등인데, 두 나라가 서로 진실하게 대하고 이 문제를 청산할 수 있다면 우호 관계가 정립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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