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끔찍한 경제난에 생후 20일 된 여아까지 매매혼"
아프간의 고통받는 아이들…매매혼·영양실조·홍역까지 |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총재는 12일 성명에서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에서 어린이 매매혼이 급증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포어 총재는 특히 "지참금을 받고 생후 20일 된 여아까지 매매혼 대상으로 삼았다는 믿을 만한 보고를 받았다"며 "극도로 끔찍한 경제난이 아프간 소녀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탈레반이 중·고교 여학생의 등교를 허락하지 않아 매매혼 위험이 더 커졌다고 개탄했다.
유니세프는 아프간의 15∼49세 여성인구 가운데 28%가 18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추정한다.
2018년과 2019년 조사에서 헤라트주와 바드기스주에서만 183명의 여아·소녀가 결혼했고, 10명은 가족이 돈을 받고 판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거나 팔려 간 아이들의 나이는 생후 6개월부터 17세까지 다양했다.
이러한 상황은 탈레반 재집권 후 국제사회 원조가 끊기고, 아프간 정부 해외자산이 동결되면서 더 심각해졌다.
이달 초 CNN방송은 바드기스주 북서쪽의 이재민 정착촌에 살던 9살 파르와나 말릭이 20만 아프가니스(약 260만원)에 팔려 55살 남성의 신부가 된 사연을 보도했다.
파르와나는 자신의 남편이 된 남성에 대해 "수염과 눈썹에도 흰 털이 난 노인"이라며 "때리고 집안일을 시킬까 무섭다"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아프간 취약 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을 늘리고, 지역 종교지도자들과 협력해 어린 소녀들의 결혼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탈레반의 여성·아동 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영양실조로 카불 어린이병원 입원 두 살배기…눈뜰 힘도 없어 |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간 어린이들 사이에 홍역이 유행하고 있으며 식량난에 따른 영양실조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아프간에서 올해 초부터 2만4천명 이상이 홍역에 걸렸고, 최근 들어 매일 더 많은 확진자가 보고되는 등 홍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87명이 홍역으로 숨졌다며 긴급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걱정했다.
아울러 아프간의 경제난에 극심한 가뭄이 맞물려 연말까지 5세 미만 어린이 300만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이 가운데 100만명 이상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리스 대변인은 "영양실조 아동에게 홍역은 사형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수도 카불의 인디라 간디 어린이병원은 탈레반 재집권 후 영양실조 환자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병실을 1개에서 3개로 늘렸다.
최근 두 달 사이 이 병원에 실려 온 어린이 최소 25명이 영양실조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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