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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추모탑 분향 못하고 돌아선 윤석열 “제 발언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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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반대하는 시민들에 가로막히면서 추모탑까지 가지 못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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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대선 후보 선출 후 첫 지역 방문 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하면서 호남 민심 붙들기에 의지를 보였지만 냉랭한 현장 민심 또한 체감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에 항의하는 일부 시민들이 길목을 막아서면서 윤 후보는 묘지 내 추모탑까지 가지 못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15분쯤 5·18민주묘지 입구에 들어섰다. 윤 후보 도착 전부터 이미 그의 광주 방문을 둘러싼 찬반 진영이 묘지 정문인 민주의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 등이 “광주학살 부정하는 윤석열은 오지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맞은편에 선 윤 후보 지지자들은 “5·18 인정하니까 왔다 이 00놈아” “광주학살은 전두환이가 했지 윤석열이 했나”라며 맞섰다.

현장에선 반대자와 지지자들이 얽히고, 드문드문 비까지 내리면서 아수라장이 된 통에 윤 후보는 정문을 지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윤 후보는 경찰 보호를 받으며 겨우 인파를 뚫고 묘지 안으로 들어섰다. 그를 둘러싼 지지자들이 사방에서 “윤석열”을 연호했다.

윤 후보가 추모탑에 가까워지면서 양 진영의 갈등은 더욱 격화했다. 윤 후보 도착 전 추모탑 앞에 진을 치고 섰던 시민들은 “학살자 비호 국민기만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그의 접근을 막았다. 윤 후보는 길이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묘지 도착 20분이 지난 오후 4시35분쯤 윤 후보는 추모탑 참배를 포기했다. 추모탑을 30m가량 앞둔 지점에서 그는 고개를 숙여 약 30초간 묵념한 뒤 준비해온 사과문을 품에서 꺼냈다. 윤 후보는 큰 소리로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추모탑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처럼 ‘무릎사과’를 할 것이란 일각의 예상도 있었지만 윤 후보는 선 채로 사과문을 낭독했다.

윤 후보는 “40여년 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5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또 “지켜봐주시라.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방명록에는 “민주와 인권의 5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고 적었다.

당초 이날 방문을 앞두고 윤 후보가 민주묘지 내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인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였지만, 추모탑까지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 상황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충돌 등을 우려해서 당초부터 추모탑 분향까지만 하고 나오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추모탑 접근을 막아서며 항의한 이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분들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5월 영령들에게 분향하고 참배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협조해 주셔서, 분향은 못했지만 사과드리고 참배했던게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이용섭 광주시장이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5·18민주화운동을 헌법전문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윤 후보는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가치를 지킨 정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이 개정될 때 헌법전문에 올라가야한다고 전부터 주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광주 방문이 ‘정치적 자작극’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저는 쇼 안한다”고 짧게 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5·18민주묘역 참배에 앞서 전남 화순군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했다. 2006년 별세한 홍 변호사는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다. 5·18민주화운동 때는 시민학살에 항의하며 행진하다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윤 후보는 생가에서 홍 변호사 유족과 종친회 인사들과 차담했다. 종친회 측은 “역대 대통령 후보 중에서 처음 오신 것”이라며 “앞으로 성공하시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윤 후보의 방문에 지역 단체들은 잇달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4개 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윤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지극히 실망스럽다. 도대체 사과를 왜 하는지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들은 윤 후보에게 5·18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사과했는지를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일정과 장소 방문만을 공개한 사과 행보는 지극히 일방적이었다”며 “‘사과를 받든지 말든지 나는 나의 일정대로 갈 분이다’라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구체적 공약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남순 변호사 기념사업회 측도 이날 회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어떠한 석고대죄도 없이 광주를 방문하는 행위는 경거망동을 넘어 후안무치의 처사”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심진용·광주|조문희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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