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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긴급재난지원금

민주당과 이재명의 '동상이몽'···방역지원금과 재난지원금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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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후보 왼쪽은 송영길 대표, 오른쪽은 윤호중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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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동상이몽’이다. 지급 목적을 두고 이 후보는 골목 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는 데 반해 민주당은 마스크 구매 등 방역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이 후보가 강하게 밀고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반대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방역 지원 명분을 내세운 데 따른 것이지만,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당내 일각에서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후보가 ‘전국민 지원이 필요하다’ 말씀하신 것에 대해 당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며 “어제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이라고 말했는데 외래어이고 의미가 정확히 전달 안돼서 ‘전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이라고 새로 명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회복과 함께 방역에 대해 국민들께 지원해드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방역지원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이미 약 500일 가까이 마스크를 써오셨다”며 “KF94 마스크가 한 500원 하는데 하루에 마스크 하나만 썼다고 해도 (총 마스크 지출액이) 25만원 정도 되는데, 앞으로 계속 마스크를 써야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마스크 구매 등 방역 지원 목적으로 지급할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의 1인당 지급액이 20만~25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기존 당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처럼 민주당은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지급 목적을 설명하며 유독 ‘방역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전날 전국민 방역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한다는 논평을 냈다가 ‘골목상권에 확연한 온기’ ‘민생회복과 지역경제에 활력 불어넣기 위한 기폭제 역할’ ‘민생경제에 즉각적인 훈풍’ 등 표현을 삭제하고 다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공보국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되는 예산 성격은 방역 관련 비용 지원 목적”이라고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방침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목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 철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부족해진 소비를 살리는 쿠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살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고통 받은 국민들을 위로하는 성격도 있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당이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미를 방역 지원으로 축소시켰다”며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욕을 먹기 싫기에 재정당국 논리에 사로잡혀 자신감 있게 치고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이러한 당의 기조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민주당과 결합해가는 과정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에 관철시켰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흡하나마 일보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 안팎의 반대 여론과 이 후보 요구를 절충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공약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상 60%에 달하는 반대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방역 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웠다는 해석이다. 그러다보니 재난지원금 성격이 ‘이재명표’와 다소 멀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후보 주장과 거리가 있다는 식으로)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이 후보가 얘기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후보가 심사숙고해서 공약을 제시하면 원내대표인 저는 최대한 가행성(실행 가능성) 높은 계획을 만들어 실행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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