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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연합시론] 요소수 대란으로 경제 먹구름…전략물자 안정 확보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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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요소수 사려는 행렬
(익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전북 익산시 시민들이 10일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1.11.10 kan@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활기를 되찾던 우리 경제가 요소수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디젤차 운행에 꼭 필요한 요소수의 품귀 현상으로 물류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우려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공중보건 위기를 겪다가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켠 민생과 일상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디젤차인 화물차들이 멈춰 서면 농산물을 비롯한 소비재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농어민들도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생활 쓰레기와 산업 폐기물 등의 처리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이런 우려는 벌써 현실이 됐다. 요소수가 있다는 소문이 난 주유소에 화물차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가 하면 요소수가 없어 운행을 포기했다는 화물차 기사들의 얘기도 들린다. 통학 차량의 운행 중단, 요소비료 부족으로 인한 농업 부문의 피해 등도 걱정스럽다. 불과 한 주일 전만 해도 낯선 단어였던 요소수가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부문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해외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국민들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다행히 외교부는 10일 중국과 협의한 결과 우리 기업들이 계약한 요소 1만8천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 물량이면 국내에서 2~3개월 쓸 수 있는 요소수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되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중장기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쓰는 요소수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체 요인으로 수출 제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그리 미덥지도 않다. 우리나라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11일 기존에 별도의 검역·검사 절차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등 29개 비료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15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요소수 대란이 본격화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다. 현지에 공관을 둔 외교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해외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등이 이번 사태의 출발점인 중국-호주 관계 악화, 중국 현지의 비료 부족 상황, 이에 따른 요소 수출 제한 움직임 등을 미리 포착해 대응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의 조기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또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차제에 점차 흔들리고 있는 국제 분업 체계에 대한 근본 대책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수입한 1만2천586 품목 중 3분의 1가량인 3천941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천850개라고 한다.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주로 쓰이는 마그네슘의 경우 전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비단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요소뿐 아니라 공급이 끊길 경우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 수천 개나 된다는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하면서 세계화 시대의 산물인 글로벌 공급 체인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위험성은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 중단 때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큰 홍역을 치렀는데 이후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다시 요소수 품귀 사태를 맞은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다급히 대책을 마련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국제 분업이라는 기존의 틀에 얽매어 국가의 안위를 다른 나라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무책임하지 않나. 이번 사태를 반성의 토대로 삼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 품목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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