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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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9일 전국민 대상 6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재원을 마련해 내년 1월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하게 요구한 사안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인당 지급액은 20만~25만원으로 예상된다. 재정당국과 야당이 전국민 지급에 반대하고 있는 터라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 당은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 지원을 위해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6차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 내년 1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국민들에게 지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재난지원금 재원을 추가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예산안에 반영돼있는 사업을 증액하는 방법이 아니라 재난지원금 예산을 신설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른바 ‘이재명표’ 정책을 신속히 추진해 대선 행보를 뒷받침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 민주당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동시에 진행하는 데 따른 절차적 비효율과 추진 속도 등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에 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1인당 20만~25만원 범위에서 구체적인 지급액을 조율해 갈 방침이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전날 “(추가 세수가) 10조~15조원 정도라고 한다면 전국민에게 가능한 (지급)금액은 20만원에서 25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말 “(추가 재난지원금은)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는 해야되지 않겠나”라며 “금액은 당과 재정당국이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30만원까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예산에 담길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원은 초과세수 등을 활용해 마련한다. 윤 원내대표는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에) 소요되는 재원은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분을 납부유예해서 내년 세입을 늘려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원금의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시기, 재원, 절차 등에 관한 논의가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 여야정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라 빚으로 이어지는 국채 발행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당 방침이다.
6차 재난지원금 명칭을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결정한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단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감내에 대한 위로금도 소비 진작도 아니다”라며 “일상 회복의 길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방역물품 구입비, 마스크와 소독제 등 구입을 지원하는 문자 그대로 방역을 위한 지원금”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가 60%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에 방점을 찍으며 지급을 정당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그런 (정치적) 측면도 있다”면서도 “해외 사례를 볼 때 위드코로나 시기에도 방역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6차 재난지원금 예산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재정당국과 이견 좁히기에 나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등 앞서 재난지원금 논쟁 때와 마찬가지로 당정 갈등이 반복될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하루 아침에 원칙적인 입장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지만 기재부가 초과 세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협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박 정책위의장이 전날 “내년 예산안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태우려면 이번주 안에는 결정을 내고 협의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조만간 당정 협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은 오늘 정리된 입장으로 일관되게 간다”며 “기재부와 협의는 길게 끌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주 안에 끝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금액을 늘리려면 정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은 정부와 조율을 거치고 다음주부터 본격 진행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과 힘겨루기에 돌입한다.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강하게 반대하는 터라 난항이 예상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세금 납부 시차를 교묘하게 조정해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뿌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세금깡’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며 “국가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반대 여론에 이름만 방역지원금으로 바꾼다는 발상 자체가 스스로 명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은 민심을 거스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도 다 때가 있는 건데 이번에 당정협의도 없이 여당 후보라는 포지션(위치)에서 그냥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지금은 위드코로나를 안착시키기 위한 공공의료체계에 예산을 집중하고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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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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