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 일몰폐지·고속철도 통합 등 요구…정부 "계속 대화"
철도노조-화물연대, 연속 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최평천 기자 =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물류대란'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화물연대와 철도노조가 이달 말 파업을 예고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나 파업 규모, 기간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어떤 형태로든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물류대란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화물연대 파업 예고에 산업계 "최악 물류대란 우려"
화물연대는 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연속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에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적용·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달 말부터 1차 총파업, 다음 달 말부터 2차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화물연대는 앞서 지난달 25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총파업을 가결(찬성률 67.04%)했으며, 오는 11일 총파업투쟁본부 논의를 거쳐 총파업 날짜를 확정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과속·과적 등 위험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운임을 보장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공익대표위원과 화주·운수사업자·화물차주 대표위원들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정한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3년 일몰제(2020∼2022년)로 도입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내년 종료를 앞두고 일몰제를 폐지해 계속 운영하는 한편 안전운임을 전차종·전품목으로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몰제 폐지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화주, 운수사업자, 화물차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다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이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어 화물연대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물연대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조합원들의 참여율에 따라 물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물류에서 화물차(도로)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92.6%에 달한다. 특히 컨테이너 차량의 화물연대 비중이 높아 수출입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요소수 품귀로 이미 화물차가 운행을 멈춘 사례가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집단 운송거부 사태까지 빚어지면 물류난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 화물과 택배 화물 관련 기업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최근 정부에 낸 의견서에서 "요소수 품귀가 지속돼 11월 예정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와 맞물리면 역대 최악의 물류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요소수 수급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면서 화물연대와는 집단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계속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물·철도 파업…물류 차질 우려 (CG) |
◇ 철도노조도 파업 카드 만지작…대체수송 차질 가능성
철도노조는 이달 19일 시간 외 근무와 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25일에는 준법투쟁과 병행하는 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할 경우 철도 운행률 감소에 따른 교통 불편뿐 아니라 물류 차질도 우려된다.
철도의 화물수송 분담률은 2019년 기준 1.4%에 불과하지만 시멘트, 석탄 등 일부 품목은 철도운송 비중이 약 40%로 높은 편이다.
또한 요소수 품귀로 도로 운송이 막히면 철도운송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어서 대체 수단 투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디젤기관차에는 요소수가 들어가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대체운송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으나 요소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단거리는 화물차로, 간선 장거리는 철도로 수송하는 방식으로 철도 물류를 증편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도노조의 요구사항은 전라선에 SRT 대신 수서발 KTX를 투입하고 고속철도 운영사인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회와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전라선에 SRT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전라선 SRT 투입을 '철도 쪼개기'이자 철도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반발하며 수서발 KTX를 대신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속철도 통합 문제는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에서 '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포함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이달 말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추가 논의를 거쳐 통합 여부를 연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철도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고속철도 통합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연내 전라선 SRT 투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SRT의 전라선 운행을 위한 코레일과의 운행 협의 및 SR 이사회 의결 등의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도 통합 여부에 대한 결론도 정부에 큰 부담인 만큼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며 "노사가 계속 협상하는 만큼 극적으로 타결되길 기대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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