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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피해자 보호 없는 반쪽짜리 스토킹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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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우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경찰학과 교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는 법안이 발의된 지 약 20여년 만에 이루어진 입법으로,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정의와 처벌, 그 절차에 관한 특례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각종 보호절차를 포함하고 있어서 입법 자체는 높게 평가고 있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포함하여 다양한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이러한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아가 스토킹 범죄가 아닌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도 신고를 하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거나, 처벌을 경고하고, 피해자와 스토킹 행위자를 분리한 범죄 수사 등 다양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스토킹 행위가 도를 지나쳐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더 나아가 스토킹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이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조치 등을 포함한 잠정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법’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지나치게 처벌에만 집중한 나머지 피해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미흡하다. 우선 스토킹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일뿐 아니라,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지속성과 반복성의 기준이 애매하여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악용하여 스토킹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유포한 사례와 같이 단 한 번으로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이 없고, ‘반의사불벌’ 조항은 대다수의 스토킹 범죄자가 과거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범죄자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거나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처벌에 관한 내용도 현실적으로 스토킹 피해를 막기에는 많이 미비하다. 긴급응급조치 기한이 최대 6개월에 불과하고, 가해자가 100미터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접근을 못하도록 신고하고 결정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나아가 스토킹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잠정조치의 경우에도 경찰이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방식이 아닌 검사를 경유하여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스토킹 대응은 처벌이라는 형사법적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행정법적 대응을 각각 독자적으로 구성하여 행정법적 대응의 경우 경찰이 신속하게 금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긴급한 경우에는 사전청문 없이 할 수 있는 긴급금지명령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보다 먼저 스토킹 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초기 스토커의 행동에 대해 신속한 경찰의 개입을 보장하여 스토킹 행위가 점차 심각한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동시에 스토킹 피해자가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게 되어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처벌법을 시행한다는 점을 볼 때, 현재 우리의 스토킹 처벌법으로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스토킹 범죄 또는 스토킹 행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처벌이 아닌 피해자 보호라는 점을 인식하여 향후 우려되는 상황의 개선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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