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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막 내리는 양적완화 시대…원/달러 환율 3주만에 118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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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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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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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3주만에 다시 1180원 중반선으로 올라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흘 연속 상승세다. 관망세가 짙지만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에 더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세 우위를 보이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높였다.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고용 부문까지 호전되면서 통화 정책 조기 정상황에 대한 기대감마저 높아졌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따르면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6원 오른 118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8일(1187.60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1185.80원에 개장해 1180원 중반대에서 좁은 움직임을 보였다. 전날 종가보다 3.2원 오른 1185.8원에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1186.7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줄이며 1184원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미국의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 파산 우려에 원화값이 달러당 1185원대까지 내려왔던 지난 9월 23일 수준으로 다시 올라온 것이다. 지난 9월 말부터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부채 리스크가 환율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사태가 점차 확산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은 간밤 연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동결하면서 파운드화가 급락한 점이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

근본적인 환율 상승 압력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서 비롯됐다. 테이퍼링은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해 달러 유동성 공급(양적완화)을 줄여나간다는 뜻이다. 채권 등 자산을 사들이는 만큼 풀리는 달러화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달러화 가치가 높이지고, 자연스레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2013년 5월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언급만으로 신흥국 통화와 주가 가치가 급락하는 이른바 '긴축발작'이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팬데믹(대유행)으로 연준 통화정책이 급격히 완화적으로 바뀌자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원/달러 환율이 1130원선을 가리켰지만 지난 6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제시되자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 환율은 4.4% 가량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이 통화정책 근거로 삼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지표가 꺾이지 않아 미국이 대응에 나설 조짐을 보인다면 달러화는 최근 높은 수준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 달러화가 하락 추세로 전환하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졌다는 근거가 필요한데 최근 물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공급망 병목현상 문제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 연방준비위원회(Fed)는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예상된다(expected to be transitory)"다고 언급해 기존 일시적(transitory)으로 표현했던 단어를 완화했다. 연준도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 등 정책 정상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달러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지난 10월 미국의 고용 지표는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미 노동부 고용통계 발표에서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전달보다 53만1000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45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도 4.6%로 전달과 예상치를 밑돌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는 고용호조에 힘입어 1년여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6개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94.6 선으로 상승해 지난해 9월25일 이래 최고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달러가치 상승으로 차익실현매물이 나오면서 94.2 정도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은 오랜 기간 예고된 사안이었고 기준금리 인상에는 선을 긋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있는 만큼 당장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봤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 내년 역내 달러 순공급은 금년과 비슷할 전망"이라며 "긴축 경계를 야기한 공급망 차질 등이 완화되며 내년 원/달러 평균운 1130원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승혁 NH선물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인상까지 가는 과정에서 충분한 준비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해 강달러 압력은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급격한 모멘텀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강달러 압력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1200원선까지 열어놔야 한다. 변동성 자체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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