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취재파일]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가 한국을 이용하는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류가 궁금하다면' 홍석경 교수 인터뷰 1편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류의 성공에 전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전해지는 한류 성공 소식에 한국인인 우리조차 놀라고 있고요. 한류 얘기를 하고 싶어서, 대표적인 한류 연구자로 손꼽히는 홍석경 교수를 만났습니다. 홍석경 교수는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 재직하며 한류 연구를 시작했고, 2013년부터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BTS 현상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대중의 언어로 풀어낸 'BTS 길 위에서' 같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죠.

저는 인터뷰를 마치고 11월 6일자 SBS 8뉴스 '더 스페셜리스트' 기사를 썼는데요, TV 뉴스의 짤막한 인터뷰로만 소개하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과 나눈 이야기를 취재파일에 나눠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넷플릭스가 한류에 올라탔는가 혹은 그 반대인가?'입니다.
▶[더 스페셜리스트] '오징어게임' 대박이 정부 덕이다?

Q. 한류 연구자로서 요즘 정말 바빠지셨겠어요?

A. 네. 요즘 국내외에서 인터뷰 요청이 좀 많아졌어요. 일본에서도 약간 보수적인 40대 50대 남성 비즈니스맨들이 보는 잡지, 이런 데서 관심을 갖고 인터뷰하자고 해요. 그런 건 인터뷰 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핵심이거든요. 예전에는 40대 50대 여성들이 눈물 흘리면서 보던 '겨울연가' 드라마가 한류였는데, 이제는 달라진 거예요. 그러니까 궁금한 거죠, 왜 그런지. 어쨌든 요즘 일이 많고 바빠진 건 사실입니다.
학교에서도 지도해야 되는 대학원 이상 학생들이 많아요. 한국 문화산업이 잘 되니까, 연구 거리가 많아졌어요. 그러니까 이게 즐거운 비명이죠.

SBS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류 연구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한류 처음 연구 시작할 때 이런 날을 예상하셨어요?

A. 한류 처음 연구하기 시작할 때 저는 프랑스에 있었어요. 한류는 2000년대 초에 동아시아에서 의미 있게 나타난 현상이었는데, 그 때 프랑스에 있었으니까, 밖에서 한류 현상을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당시 한국을 오가면서 학회 토론도 하고 발표도 했지만, 제가 이 안에 있진 않았기 때문에 관찰자 입장이었어요.

제가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어요.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 있을 때, 학생들이 한국 문화 동아리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이게 유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아리인 줄 알았어요. 옛날에 우리 위 세대 미국 유학생들이 한국이 그리워서 같이 모여서 한국 드라마 보고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한국 학생이 한 명도 없고 모두 프랑스 학생들이었어요. 그렇다고 보르도 대학이 파리나 마르세유 대학처럼 다문화적인 곳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흥미가 생겼죠.

이 학생들이 모여서 뭘 하나 했더니,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드라마를 2009년인가 2010년쯤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한국을 떠나서 못 봤던 드라마들, 2000년부터 그 때까지 쌓인 것을 보면서 너무 놀랐어요. 한국 드라마의 질적인 성장이 보였거든요. 그리고 정말 글로벌한 문화의 유통. 매개자가 필요 없는 자발적인 수용, 언어의 장벽을 아무 문제 없이 뛰어넘는 자발적 번역, 자막(subtitle)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조직화된 문화, 팬덤이 있다는 걸 확인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 한국 드라마 보는 프랑스 팬덤 동아리에 들어가서, 이런 환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왜 한국 드라마를 보는지, 거의 3년 정도 관찰하고 대화하고 연구했어요.

미디어로 본 한류의 변천



SBS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류의 흐름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저는 그 때 한국 드라마는 동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었고, 질적으로도 잘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한국이 제일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게 로맨틱 코미디예요. 그러니까 남자 여자 알콩달콩 연애하는 건데, 그건 정말 늘 비슷한 이야기지만 매번 재밌잖아요. 그건 제작 능력이 좋고 연기도 잘한다는 얘기죠.

요즘 한국 드라마 중에 전세계에서 인기를 끈 건 '킹덤'이라든지, '오징어게임' 같은 거였는데, 그건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가 개입을 한 거고, 우리가 그동안 주력했던 장르들은 아니에요. 한류는 그 개념 자체가, 한국 밖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를 일컫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한국 안에서는 인기 있지만 한류는 아닌 것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꾸 혼동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 대중문화가 없으면 한류도 없지만, '한국 대중문화=한류'인 것은 아닙니다. 한국 대중문화의 제작 능력이 높이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한테 기회가 왔을 때 '킹덤'이든 '오징어게임'이든 '미스터 선샤인'이든 만들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발전하고 한류는 어떻게 보면 평행하게 가는 것이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만 반드시 동일한 건 아니었죠.

한류 흐름을 살펴보면, 초창기의 한류는 동아시아에서 다른 나라 방송국이 우리 프로그램 방송권을 사서 자기네 지상파나 위성방송으로 방영해서 그 나라에서 인기를 얻게 된 현상들입니다. 그래서 방송사라는 제도적인 '중재자'가 존재했던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 때도 우리는 놀랐어요. 왜냐하면 우린 한 번도 한국 프로그램을 수출용으로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국내용이었는데 수출도 하면 좋겠다, 해서 외국에 나가게 된 거지,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에 납품하려고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류는 외국에서 들려오는 기쁜 소식, 해외 뉴스로 우리한테 처음 온 거잖아요? 그게 한류 1단계입니다.

2단계 한류가 바로 제가 프랑스에서 관찰했던 거예요. 이미 그때부터 서서히 전세계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인터넷 망이 확장되는 것과 거의 같은 속도로, 국경 없이 컨텐츠가 수용되고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한국 프로그램이 경쟁력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외국에서 그걸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겁니다.

이 과정을 제가 연구를 통해서 복잡하게 설명을 해놨는데, 사실 일본 대중문화 영향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 만화가 워낙 글로벌한 장르인데, 만화를 원작으로 많은 드라마를 일본에서 만들었고, 그 드라마 사이트 속에 한국 드라마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도 보게 되고, 한국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잘 만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된 거죠.

사실 한국 드라마의 그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서구에서도 정말 안 볼 것 같은 프랑스나 독일 사람들이 본다니까 좀 이해가 안 가잖아요.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이 본다면 몰라도. 그런데 제가 그 때 마침 프랑스에 있었으니까 왜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볼까, 의문을 갖고 연구했고, 한국 콘텐츠가 잘 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SBS

싸이 SNS에 게재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40억뷰 돌파 이미지 (사진=싸이 SNS 캡처, 연합뉴스)


그리고 이제는 한류 3단계에 온 건데요, K팝은 BTS가 앞장선 길이죠. K팝이 요즘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건 어찌 보면 ' 강남스타일' 이후입니다. 그 전에도 동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동방신기' 같은 그룹들이 있었지만, 그 때는 집중적인 활동 영역이 동아시아였습니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이 SNS의 힘을 보여줬어요. 외국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부르는 이 노래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거죠. 사실 '강남스타일'은 K팝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전세계인이 상상하는 그냥 '동아시아 남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스타가 나오는, 뭐라고 할까요, 굉장히 재미있는 비디오였죠. 이 '강남스타일'이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방식, 미디어 환경에 대해 알려준 겁니다.

이미 K팝 콘텐츠는 자랄 만큼 자라서, 동아시아 시장에서 우리가 아주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잖아요? 그 상태였는데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컬쳐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먼저 걸은 겁니다. 물론 영화의 길은 또 따로 있죠. 전세계 영화제라든지, 극장 배급을 통한 길이 있었지만, 우리가 글로벌 OTT라고 얘기하는 넷플릭스, 이제 디즈니라든지 아마존의 다른 OTT도 오지만, 이게 전세계에 한국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거예요. K팝에서 BTS가 했던 일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넷플릭스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단계는 앞서 말한 1단계 2단계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대중문화 일부로 한국 문화가 지금 전파되고, 수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학자니까, 한류 흐름을 사건 위주로 보기보다는,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이걸 구조화했는가. 어떤 큰 그림을 바꿨는가, 그런 측면에서 봅니다. 아시아에서 중재자(방송사)가 있었던 시절의 한류가 1단계, 그리고 전세계에서 자발적 팬덤 위주로 수용된 한류가 2단계, 이건 지금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이미 BTS와 넷플릭스라는, 한국 대중문화를 글로벌 대중문화로 끌고 가는 커다란 모터가 있긴 하지만 많은 다른 곳에서는 2단계 한류가 지금도 진행 중이죠. 넷플릭스를 전세계에서 다 보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전체 맥락을 봤을 때는 2단계에서 이뤘던 커다란 하부구조, 풀뿌리의 변화, 이게 유지되면서, 한류 3단계, 글로벌 대중문화 안으로 우리가 들어가고 있는 중인 겁니다.

왜 한국인가?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넷플릭스가 한류 전파에 큰 역할을 했는데, 사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이를테면 일본, 중국 같은 나라도 있잖아요. 왜 이런 환경에서 한국 문화가 특히 잘나가고 있는 걸까요.

A.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디어 시장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넷플릭스는 지금 북미나 유럽에선 시장이 포화 상태입니다. 미국에선 다른 강력한 후발 주자들도 나와서 경쟁을 해야 하니까 오히려 시장을 잃죠. 그래서 넷플릭스가 어디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지 보니까, 남미나 아프리카는 좀 더 기다려야 하고, 엄청난 중산층 인구가 확대되는 아시아가 가장 큰 전장입니다. 이 전장에서 한국이 강자인 거예요.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로컬 문화산업의 리더가 한국인 거죠. 그러니까 넷플릭스의 전략상 한국이 굉장히 중요해졌어요.

넷플릭스에서 빨간 N 자를 단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로컬 프로덕션을 활용하잖아요. 여기서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넷플릭스가 우리를, 우리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선택했다기보단, 이미 시장 구조가 그런 상태니까 한국 걸 활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이 상상 이상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에 통하는 콘텐츠를, 잘 만들어 내고 있는 거죠.

'오징어 게임' 같은 걸 만들지 몰랐죠. '킹덤'이 나왔을 때도 상당히 놀랐고. 전세계에서 팔리는 좀비 장르를 전에는 주로 서구에서 만들었는데 이제 조선 좀비가 가능하구나, 왜냐하면 이미 '부산행'의 좀비를 봤거든요. 그런 굉장히 '장르화'된 프로그램을 한국이 잘 만들고 있거든요. 지금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인간수업'이라든지, '스위트홈'이라든지. 팬데믹 기간 동안 잘 됐던 '살아있다' 같은 건 좀비 장르고, 아니면 느와르 장르, 액션물들, 그런 것들을 지금 잘 소화하고 있잖아요.

한국산 로맨스가 서구도 통할까



SBS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마지막회 (사진=tvN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느꼈던 게 있어요. 전세계에서 '오징어게임'을 다 봤지만 1등을 오래 누리는 곳은 서구와 북미이고 그 1등 자리를 빼앗는 게 '갯마을 차차차'였어요. 아시아에서는 장르물보다는, 여전히 우리가 1세대에서 확인해 봤던 그런 감수성, 로맨스뿐만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다른 접근, 이른바 동아시아의 감수성이 분명히 작동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오징어게임'을 안 보는 건 아닌데, 같이 보는 거죠.

저는 이제 한국이 굉장히 잘 만드는 로맨스물이 북미나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 언제 많은 시청자를 얻고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그걸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아마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고 조금씩 넓혀갈 건데, 로맨스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뭐랄까요, 인종이나 젠더 차원에서 아시아가 지금보다 훨씬 힘이 세져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인물들을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여성들은 남성들한테, 남성들은 여성들한테 섹스 어필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지배적인 인종의 이미지라든지 상상력, 감수성을 생산해 낸다는 건데, 지금 우리도 아시아에서는 가능해요. 한국 로맨스 드라마들이 동아시아를 넘어서, 동유럽이나 중동, 인도 같은 곳에서도 서서히 인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서구'라고 부르는 곳에서는 그런 기미는 없는데, 연구를 해보면 팬들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구에서도 한국 남자 멋지다, 한국 여자 예쁘다, 이렇게 매력을 느껴야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장르라는 말씀이시죠?) 아무래도 그렇죠. 이야기도 매력 있어야 되지만, 인물의 매력이 굉장히 중요한 게 로맨틱 코미디죠. 할리우드의 어떤 스타들이 어떤 로맨스를 통해 스타덤을 올랐는지 보면 알 수 있죠.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가



SBS

드라마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우리가 경쟁력 있게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도 하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미 강자였는데, 글로벌 플랫폼에도 딱 잘 올라탄 거네요.

A. 네, 사실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내년 4월에 컨퍼런스를 하는데 제목이 '넷플릭스가 한류에 올라탔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Is Netflix riding the Korean wave, or vice versa?')에요.
사실 한국 내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용당한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죠. 한국 내에서는 제작비만 올라갔고, 우리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에 다 뜯긴다는 건데, 그건 앞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말고 다른 OTT들이 들어오고 했을 때 지금은 우리가 성공하고 있으니까 예전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면 안 되죠. 훨씬 우리한테 이로운 계약을 하고, 방송권을 완전히 팔지 않고 우리가 재활용할 수 있는 식으로 해야 해요. 그야말로 지적재산권을 어떤 전략을 활용할까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글로벌 OTT한테는 과거의 한국 프로그램도 지금 거랑 똑같다는 겁니다.
(그렇죠. 그들에게는 다 새로운 거죠) 네, 우리가 새로운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동안 쌓아둔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해요. 이미 우리에겐 동아시아 시장에서 검증된 많은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외국 시청자들 인터뷰를 해보면 이를테면, 브라질 사람이 2011년에 나온 드라마를 지금 보면서 감동 받고 있고, 최고의 한국 드라마라고 얘기합니다. 이걸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해요. 지적재산권 방송권을 싸게 넘기지 말고, 방송권을 일부 사고파는 형식이나 리메이크 형식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OTT를 만들어서 다른 글로벌 OTT와 제휴 사업을 한다거나, 여러 가지 창의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이 상황에서 위험하다고만 얘기해서는 답은 아닌 것 같고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우리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전세계에 증명한 거잖아요. 이제는 '우리한테 좋은 제안을 한 번 줘봐, 우리가 골라볼게' 이런 태도로 가야 합니다. 국내 경쟁을 너무 심하게 해서 가격을 내린다든지 이런 상황은 피하고,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계약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Q. 관련 사업 하시는 분들이 교수님 말씀을 꼭 들어야겠는데요.

A. 네 정말 이런 흐름을 저뿐만 아니라 연구하는 분들은 알 수 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 말은 잘 안 들어요. 맨날 경제 하는 사람들 또 어디 투자하는 사람들 얘기나 듣지. 실제로 세상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욕망을 가지고 뭘 보는지 아는, 문화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데, 우리한텐 마이크가 안 오죠. 그나마 저는 요즘 좀 찾으니까 막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그냥 젊은 사람들을 믿고 좀 내려놔야 돼요. 왜 그렇게 위에서들, 자기들이 옛날에 했던 생각으로 지금도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진 황동혁 감독이 지금 50살인데, 제가 논문 쓰고 젊은 박사로 서울대 와서 대학원 수업할 때 제 수업을 들었다고 해요. 저는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 때 학생이었으니까. 어려운 상황에서 영화를 했던 사람이고, 성공하기 시작한 게 '수상한 그녀' 정도부터죠. 다른 감독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많을 거거든요.

옥스포드 사전의 K-업데이트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한류 잘 나가는 걸 최근에 옥스포드 사전에 '한류(Hallyu)'라는 단어 자체가 올라간 걸 보고도 실감했어요. '먹방' '만화' 같은 다른 단어들도 같이 올라갔는데,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A. 그렇죠. 사실 '먹방(Mukbang)'이라는 단어는 제가 공식적으로 처음 썼을 거예요. 그 전에는 'Food Broadcast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었죠. 그런데 제가 'Mukbang'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선례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2015년에 국제학회에다 관련 연구를 발표하면서 'Mukbang'이라고 딱 썼었죠. (와 재미있는 얘기네요) 그렇죠. 사실은 우리 연구자들은, 옛날에 '정' 같은 단어들 어떻게 쓸 거냐, 번역 안되는데, 그랬는데, 이제는 '정', '애교' 이런 거 다 한국말로 취급해요. ('애교' '파이팅'도 이번에 올라갔더라고요.) 네, 재미있는 건 '동치미'가 올라간 거예요. 누가 넣은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인류학자가 넣자 했을 것 같아요. 인류학자가 한국의 시골에서 현장 연구를 한 거 아닐까요. 시골에서 먹어본 동치미가 너무 맛있었던 거죠. (웃음) 한국 사람들이 했다면 '떡볶이' 같은 단어가 들어갔을 것 같은데. 아마 빅데이터 돌려서 나오는 거 올리자고 했겠죠. 옥스퍼드에서는 인류학자들이 했을 것 같아요.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옥스포드 사전에 새로 올라간 한국 유래 단어는 27개입니다. 한류, K드라마, K- (접두어), 한복, 만화, 먹방 등 한국문화 관련 단어들과, 한국산 콘텐츠에 많이 등장하는 동시대 언어가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오빠, 누나, 언니, PC방, 대박, 애교, 김밥, 갈비 같은 단어는 물론이고, '콩글리시'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파이팅'과 '스킨십'도 올랐어요. '콩글리시'라는 말 자체도 함께 사전에 추가되었고요. 언어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의 습관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 변방 언어였던 한국어의 존재감이 한류 덕분에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됩니다. 옥스포드 사전은 '대박! 사전이 K-업데이트를 했다'(▶https://public.oed.com/blog/daebak-a-k-update/)는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2편은 '한류가 한국 정부 덕?'이라는 주제로 이어집니다.
김수현 문화전문기자(shkim@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